“고부가가치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일개 기업이 해내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당장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에 사람과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WPM 사업은 한 회사만으로 할 수 없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잠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합니다.”
정규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소재 사업단장은 WPM 사업이 민간 소재 기업들에 주는 파급 효과가 실제 크다며 영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착수 후 지난 1년여간 고생도 많았다. 1차 사업 개발 기간도 당초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터였다. 적합한 투명 고분자 필름 소재를 찾지 못했던 사업단은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 소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유리전이온도가 높은 필름 종류에만 몰입했는데 대부분 물적 특성을 만족시켰지만 내열성과 파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다 아예 발상을 바꿔봤다.
정 단장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찾다 보니 좋은 소재를 찾게 됐다”면서 “지금까지 일본 스미토모가 이 분야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이제 그 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고 말했다. 250도까지 열분해만 견디면 된다는 점에 착안, 일종의 고무 소재를 활용한 실리콘 고무 필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아직은 출발 단계라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서로 문화와 토양이 다른 25개 산학연이 모인 만큼 의견 조율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다”면서 “WPM 사업이 보다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를 포함해 사업단별로 자율성과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