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서 노트북PC, 최근 스마트폰·스마트패드에 이르기까지 2차전지 시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전기차와 대용량 전력저장장치 시대는 2차전지 시장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킬 전망이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세계 2차전지 시장은 현재 약 13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0년이면 연 100조원을 뛰어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 시장이 기폭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종주국인 일본보다 10년이나 늦게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불과 10년 새 삼성SDI와 LG화학을 합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벌써 일본을 앞지를 만큼 외형을 키웠다. 그러나 체질을 따져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원천 기술이 부족한 탓에 양음극소재와 분리막, 전해액 등 핵심 소재를 대부분 일본·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전지 원가에서 이들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절반에 달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와 음극재는 가장 비중이 큰 소재지만 현재 국산화율이 각각 20% 이하와 0%에 그치는 실정이다. 일본·미국에 비해 기술 개발이 한참 뒤처진 전기차·전력저장장치 등 중대형 전지 시장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욱 크다. 중대형 전지에 들어가는 양음극재 사용량은 지금까지 소형 IT기기용 2차전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WPM 고성능 2차전지 소재 사업단은 바로 중대형 리튬 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35개 산학연이 참여해 발족했다. 세부적으로는 전기차용 양음극재, 전력저장용 양음극재 등 네 가지 과제로 추진된다. 전기차용 양음극재는 현재 100㎞ 수준인 항속거리를 250㎞까지 늘리고, 전력저장용 양음극재는 현재 ㎾h당 100만원에 달하는 전지 가격을 5분의 1 수준인 20만원 정도로 낮출 수 있는 소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사업단 출범 후 1년여 만에 벌써부터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전기차 전지용 양극재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NCM 622)계 소재를 이용해 현재 180㎃h/g의 용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2차연도 목표치인 175㎃h/g 수준을 뛰어넘었고 WPM 사업 최종 목표인 230㎃h/g 이상 수준에 다가섰다. 전기차 전지용 음극재는 흑연 복합 실리콘 복합계 소재를 활용, 용량·효율·수명에서 2차연도 목표치에 근접했다. 전력저장용 양극재는 리튬인산철계 소재로 2차연도 목표치인 90%가 훨씬 넘는 97%를 달성했고, 용량과 에너지 밀도도 당초 목표에 도달했다. 전력저장용 음극재 또한 효율과 수명 측면에서 2차연도 목표치를 벌써 상회하고 있다. 사업단은 WPM 사업비 외에 142억원을 연구개발 자금으로 추가 투입했다. SCI 논문 7편과 특허 11건 출원이라는 부수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오는 2019년까지 전체 사업기간을 통해 총 3조8000억여원의 매출과 1만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 109건의 특허 출원을 기대하고 있다. 권호진 사업단 사무국장은 “과제가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국내 2차전지 산업군의 중소·중견기업층이 두터워지는 효과도 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