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살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사회적으로 충격적이고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2001년 9.11테러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진 데 대해 설계 부실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비행기가 몇 대쯤 충돌해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소방대원들이 구조센터를 건물 1층에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두 개의 건물이 형체도 없이 폭삭 내려앉은 원인은 무엇일까. 건물을 무너뜨린 결정적 이유는 다름아닌 화재였다. 비행기의 연료 탱크에 가득찬 항공유 때문에 발생한 엄청난 화재가 철골 기둥을 녹여버린 것이다.
결국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물 구조와 설계의 안전성, 소방대책 등을 총괄적으로 재점검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비용의 허블우주망원경이 고장 났을 때 미 항공우주국(NASA)은 기술인력을 우주선에 태워 보내 직접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게 했다. 이것은 옳은 일이었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 더 만들어서 우주에 띄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저자는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보다 그 지역에 매장된 우라늄 광맥에서 계속 방출되던 자연 방사능에 주목했다. 멀리 떨어진 원전에 의한 방사능 피폭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저자는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과학지식도 모른 채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가 국가의 미래를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확한 과학적 지식 없이 정책을 평가하고 투표하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은 각종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쉽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슈는 물론, 관련한 물리학적 내용을 빠짐없이 다루면서 경제성, 효율성, 발전가능성 등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전달한다.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테러리즘 △에너지 △원자력 △우주 △지구 온난화라는 5가지 과학코드를 집중적으로 다뤄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과학 비전공자들도 여러 이슈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틀을 얻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과학 전공자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길이 무엇인 지 깨닫는 팁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 리처드 뮬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중성미자와 핵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강의’를 누구나 알기 쉽게 이 책을 통해 정리했다. 유튜브 교육채널에 공개된 그의 강의는 한 강좌에 70만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의 고위 과학고문을 지냈고, 현재 미국 국방자문의 일원이기도 하다.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1만5000원.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