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업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부회장
‘스마트홈’이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선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산업자원부에서는 ‘스마트홈’으로 그리고 정보통신부에서는 ‘홈네트워크’로 명칭해 각각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마트홈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해 왔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의 IT839 정책과 미래 IT 신기술의 발전상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u드림전시관’은 현재 대부분 상용화가 이루어진 기술들로 구성되어 일반대중 뿐만 아니라 해외 VIP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용들을 살펴보면 양방향 TV, 인터넷냉장고, 지능형 정거장, 텔레매틱스, 지능형 상점, u헬스 등이 그것이다. 그 중 스마트홈군이라 할 수 있는 양방향 TV는 IPTV에서 스마트TV로 발전해 왔으며, 인터넷냉장고는 스마트가전으로 대표되는 냉장고·세탁기·오븐·로봇청소기·에어컨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u헬스 기술도 단순히 당뇨폰 수준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산업은 10년 동안 무엇이 변화했는지 의문이 든다. 과거 홈비디오폰이 10년 전 월패드로 진화하면서 홈오토메이션의 장이 열리기 시작한 이래 지금의 월패드는 디자인 이외에 서비스는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인다. 달리 말해서 스마트홈산업이 홈오토메이션산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신성장동력으로까지 생각했던 산업이 홈오토메이션으로 축소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 되었을까.
초기 스마트홈산업에 포함시켰던 IPTV나 u헬스가 독자 산업임을 자처하며 스마트홈에서는 논외의 대상이 됐고, 소비자의 적극적인 서비스 요구와 핵심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한번 구축하면 서비스 업데이트를 할 수 없는 건설사 납품 위주의 B2B산업이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정은 인간 생활의 중심 안식처다. 식사, 휴식, 오락, 교육, 수면 및 청소 등 가정생활에서 좀 더 편리하고, 건강하고, 재미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스마트홈의 궁극적인 목표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화의 급진전은 인프라 구축 중심의 홈네트워크산업을 스마트홈산업으로 변모시킬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의 서막을 연 스마트TV에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가전 제품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전시회인 미국의 CES와 독일의 IFA에서도 스마트 융합가전이 세계적 조류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가정 내에 있는 모든 가전 및 기기가 제조사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연동되고 데이터통신이 가능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기기 및 서비스 표준화, 인증, 제도 등의 문제를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17일 창립한 ‘스마트융합가전포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사가 적극 참여를 표명하고 있어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비단 생활가전뿐 아니라, 가정 내에 있는 각종 디지털기기는 물론이고 옷장·책상·탁자·소파·침대 등 가구의 스마트화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홈을 앞당길 수 있도록 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인간과 가장 밀접한 가정 즉 스마트홈은 모든 IT의 집합소이며 미래기술의 종착역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슈되는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때다.
박찬업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부회장 cupark@kash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