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곳 중앙급전소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전경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전경

 6385만㎾. 21일 11시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전력현황판에 올라온 전력부하 수치다. 영하 2도의 동장군이 찾아왔지만 이날 전력수급 상황은 공급예비력 1165만㎾, 예비율 18.25%로 안정적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앙급전소 근무자들의 얼굴에선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최대 위기로 예상되는 동계전력수급기간을 앞두고 9·15 정전사태의 악몽을 재연할 수 없다는 각오에 긴장감이 돌았다. 최일선에서 국가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를 찾아가 봤다.

 ◇발전에서 송전까지, 설비공사 상황도 모두 체크=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곳이다. 전력 사용현황에 따라 발전소 가동 및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 급전소 현황과 765㎸·345㎸·154㎸ 송전망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중앙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국내 모든 발전소 가동 현황과 154㎸ 이상 주요 송전망 연결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좌측 한편에는 주요 7개 도시의 기상상황과 수도권 지역의 전력공급 현황을 확인하는 화면이 있다.

 총 30여명이 6명 5개조로 나뉘어 근무하며 1개조는 총괄 1명, 발전부문 2명, 송전부문 3명으로 구성된다. 주요 업무는 발전 및 송전설비 관리와 함께 전력의 안정적인 소통이다. 각종 설비 공사에 대한 결정권도 갖고 있다. 공사로 인해 전력수급의 변화가 생기고 자칫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기 특성상 빛의 속도로 관련 설비에 영향을 미쳐 연속적인 정전사고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에도 현장에서 온 송전선로 보수 공사 요청을 놓고 공사 승인 여부와 연결 발전소 운전대응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6명의 근무자가 회의를 갖기도 했다.

 ◇1초 단위로 바뀌는 수치, 고요한 긴장=겉으로 보이는 중앙급전소의 모습은 조용하다. 하지만 1초 단위로 바뀌는 전력 현황판 숫자를 보면 긴박감이 절로 느껴진다. 불과 몇 초 만에 10만㎾가 증가하는 전력현황을 보고 있노라면 마른침을 삼키게 된다. 현재 전력사용량만큼만 발전을 해서 수요를 맞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중앙급전소 근무자들은 표준 주파수인 60㎐를 맞추기 위해 1000분의 1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00분의 1단위로 바뀌는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수시로 발전소의 효율을 체크하고 필요시 직접 제어를 하기도 한다.

 정오가 넘어가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전소 근무자에 따르면 점심시간이 되면 기업의 자체 소등 및 기기 정지 등으로 약 500만㎾의 전력이 준다고 한다. 정부가 전력피크시마다 마지노선으로 내세우는 400만㎾를 넘어서는 양이다. 전력수급 위기 시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아직 전력사용량 증가가 본격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올 겨울 전력피크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통해 9·15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