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의류, 입어보고 살 수는 없을까?’
누구나 온라인 쇼핑을 하며 한 번쯤 생각해보는 상상이다. 자세히 표기된 옷 사이즈를 감안해 구입해도 생각보다 잘 안 맞거나 혹은 어울리지 않아 반품을 고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컴퓨터 그래픽스 기업 에프엑스기어(대표 이창환)는 이 같은 고민을 시작으로 ‘3D 디지털 패션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의 체형 정보를 그대로 반영한 3D 아바타에 원하는 옷을 입혀볼 수 있어 소비자는 본인이 직접 입어본 듯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판매자는 교환·반품율을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에프엑스기어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이창환 대표, 최광진 기술이사 등이 다수 참여해 2004년 설립한 CG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다. 회사 설립 직후 옷의 주름, 움직임, 재질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퀄로스’를 상용화했고 이듬해 머리카락 흩날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에프엑스헤어’를 선보여 애니메이션과 게임 회사들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2개 소프트웨어는 ‘슈렉 3·4’ 시리즈와 ‘몬스터 vx 에일리언’에 적용됐으며 디즈니 스튜디오, 세가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게임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중천’ ‘불꽃처럼 나비처럼’ ‘금의위’ 등에도 적용됐다.
이 외에도 사실적인 액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플럭스(FluX)’ 등의 소프트웨어, 게임 엔진 ‘에프엑스클로스(FXCloth)’ 등을 개발해 라이선싱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총 27개 분야 특허를 국내외에서 획득했다.
에프엑스기어가 새롭게 역점을 두고 있는 3D 디지털 패션 솔루션은 회사 창업자들이 2000년부터 일찌감치 가능성을 눈여겨 본 분야다. 200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에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보고 패션계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기술들이 함께 발달해 디지털 패션이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광진 기술이사는 “디지털 패션은 디자인, 제작, 생산, 유통, 구매의 전 과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자이너가 옷을 제작해 직접 모델에 입혀보는 게 일반적인데 디지털로 옷을 디자인하고 3D 아바타에 입혀본 뒤 공장에 생산을 맡김으로써 제작 과정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직접 입어보기 힘든 해외 매장 의상이나 온라인 판매 의류를 자신의 아바타로 입어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최 이사는 “이미 의류 제작·생산 기업에서 디지털 패션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내년부터 디자인, 제작, 생산 부문을 시작으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프엑스기어는 현재 서울대와 함께 디지털 패션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패션 애플리케이션 등 에프엑스기어만의 자체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창환 대표는 “아바타와 옷을 3D로 구현해 옷을 착용한 모습, 움직임에 따른 옷의 변화 등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굳이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더라도 거울 앞에 섰을 때 디지털 의상을 불러와 옷의 착용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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