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믿었던 독일 마저' 증시 긴장감 '팽팽'

美ㆍ中 경기지표 부진도 투자자 우려 키워

유럽 재정위기가 전방위로 퍼져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남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작된 위기는 이탈리아, 프랑스뿐만 아니라 동유럽과 독일까지 전염되는 양상이다. 유럽 위기를 `이미 알려진 뉴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증권시장의 낙관론자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장 초반 한때 1,760대까지 떨어져 기존 박스권 하단에 근접했다. 잠시 반등을 시도했지만, 엿새째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우위를 보여 상승흐름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전날 국채발행에 실패한 데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등 각국 국채 수익률(금리)이 급등한 탓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잠재된 악재다.

독일 재무부는 60억유로 규모의 10년물 국채를 입찰에 부쳤으나 전체 물량의 65%(39억유로)만 판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저 수요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진 독일 국채가 매력이 급감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밤 독일 국채금리는 2.14%로 0.17%포인트 상승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7.01%로 뛰어올라 `마의 7%`를 다시 넘어섰고, 프랑스와 합작해 덱시아 금융그룹을 설립한 벨기에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처음으로 5%를 웃돌았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즉시 덱시아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해 우려를 반영했다.

특히,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독일마저 위기의 영향권에 든 것을 시장 참여자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재정위기 악순환이 서유럽 핵심국가인 독일에까지 전이돼 은행 유동성 위기와 경기침체가 심해졌다. 유럽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침체 폭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경기침체는 당연하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완화될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유럽 위기가 심해질 경우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이밖에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급락해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의 제조업, 소비, 고용 관련 지표가 일제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근심을 더했다.

이상재 부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과 중국 경제까지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침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연말 판촉으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지만, 소득이 빠르게 개선되지 못해 내년 1분기에는 다시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자 코스피는 지난달 중순 약세장 랠리로 얻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달 15일 1,900선을 밑돌고서 줄곧 하향세다.

지수의 단기 방향성은 24일(현지시간) 열리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담, 29~30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750~1,77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하고, 1,800선을 회복할지가 시장의 안정성을 가늠할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