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PC·노트북PC 등 PC산업의 미래가 암울하다. 노동비용 비중이 높은 조립산업의 특성, 수익성이 5% 남짓한 저마진, 2000년대 이후 기술진입장벽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중국·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기는 했으나 글로벌 톱 원인 HP가 지난 9월 PC사업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PC산업은 과거 우리나라 성장동력으로 2000년도 전체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148억달러)에 이르러 반도체·섬유에 이어 제3위의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반도체·LCD·PCB·HDD·키보드·CD롬 등 연관산업이 동반성장하는 대표적 생태계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PC산업의 수출성적은 초라하다. 앞서 언급한 해외 생산기지 이전, 경기위축, 스마트기기 출현으로 인해 전년도 수출액은 77억달러에 불과했다. 10년전과 비교해보면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은 HP·델·레노버·삼성 등 글로벌 IT기업 주력생산기지가, 대만은 에이서·아수스 등 토종 제조사와 주기판 등 부품생산기지가 포진해 있다. 중국만 보더라도 2010년 데스크톱PC·노트북PC 등 완제품 수출은 1000억달러가 넘었다. 우리의 10억달러와 비교하면 100배나 많이 수출하고 있다.
PC 산업은 성숙된 산업이다. 제조 및 생산 기술경쟁력은 각국이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HP를 비롯한 PC제조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고 최근 세계 PC시장전망에서도 데스크톱PC는 2012년에 3~4%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업들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HP는 서버와 네트워크기반의 기업솔루션사업에 역점을 두고 최근 영국의 기업용 SW업체를 인수했다. IBM은 하드웨어(HW) 사업비중을 낮추고 기업전략수립 컨설팅·IT솔루션 강화 등 사업전환 전략에 따라 2005년에 PC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바 있다. 이는 앞으로의 사업중점을 정보기술 컨설팅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소비자 취향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경량화·휴대성·접근성·지속성 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며 태블릿PC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약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우리나라 PC 산업이 고부가가치 위주로 급속하게 재편 중에 있으며 단말기 제조 경쟁력이 있는 국내기업이 기기를 활용한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SW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의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위기의식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HW경쟁력을 무기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퓨전PC의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슬레이트·크롬북·울트라북 등 휴대성과 네트워크 접근성, 고속CPU 기반의 생산적 애플리케이션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해야만 국내 협력사와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컴퓨팅 기반의 서비스인 휴먼·클라우드·그린 등 차세대 컴퓨팅 기술 확보 및 사업화는 기업IT솔루션부문에서 우리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사이트 및 레퍼런스 구축을 통한 선점과 시장변화에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기별 사용용도에 적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생태계 구축은 향후 시장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콘텐츠산업이 HW와 융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상헌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shjeon@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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