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명절 전날인 9월 21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반나절 동안 서울에만 260㎜ 폭우가 내려 많은 수재민이 발생됐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긴급히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해구호물자를 지급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서울시 한 자치구에서 재해구호물자가 대장에 기록돼 있는 수량보다 실제 보관하는 수량이 턱없이 적었다. 이미 대장에 기록돼 있는 수량만 가지고 긴급 재해구호물자 지급을 편성한 터라 추가 지급이 쉽지 않았다. 소방방재청은 결국 전국재해구호협회 도움을 받아 수재민에게 재해구호물자를 지급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연평도 피격 사건 때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됐다. 이로 인해 1500명에 해당되는 지역 주민에게 재해구호물자를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사례는 재해구호물자가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돼 발생된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재해구호물자 관리가 자동화 돼 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보유한 물자와 관리대장에 기록된 물자의 수량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재해구호물자 품목이 아예 없는데 있는 것으로 기록되거나 불량품인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이 재해구호물자 관리에 IT를 적용했다.
◇재해구호물자에 RFID 부착,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소방방재청은 지난 2010년 IT기반으로 구호물자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했다. 당시 논의된 다양한 방안 중 가장 핵심 내용은 재해구호물자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재해구호물자 관리를 자동화 하는 방안이다. 즉 구호물자의 생산, 보관, 운송, 배분, 처분 등 전 관리과정을 자동화 하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2010년 12월 재해구호물자 관리 ISP를 완료했다.
이듬해 6월 소방방재청은 앞서 ISP를 수행한 SK C&C를 사업자로 선정, 본격적인 재해구호물자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구축한 시스템은 크게 RFID 기반 구호물자 비축 및 유통관리시스템과 스마트폰 기반 현장단말시스템이다.
우선 RFID는 응급구호물자와 취사구호세트 등 단일품목이 아닌 세트별로 부착됐다. 응급구호물자는 담요, 칫솔, 세면비누, 수건 등 16개 품목으로 세트가 구성된다. 남자와 여자 성별로 별도 세트가 마련된다. 취사구호세트는 가스렌지, 코펠, 수저 등 9개 품목으로 이뤄져 있다. 김영복 소방방재청 복구지원과 연구사는 “RFID 칩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고 각 품목별로 부착되는 것이 아니고 세트별로 부착되는 것이어서 비용 부담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은 RFID 적용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 파주물류센터 현장실사도 진행했다.
◇재해구호물자 포털, 사용자 편리성이 핵심=소방방재청 재해구호물자통합정보시스템은 구호물자비축관리시스템, 구호물자유통관리시스템, 구호물자포털, 공통관리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스템은 중앙재난관리시스템과 시도재난관리시스템과 연동돼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사용하는 포털시스템은 가능한 사용자 편리성을 고려해 구축됐다. 비축관리와 유통관리시스템 접속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메뉴 상단에 배치했다. 비축관리시스템은 정확한 구호물자현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주요 기능으로는 구호물자 계획관리, 구호물자 비축관리, 구호물자 제작·보관 관리 등이 있다. 한상만 복구지원과 시설사무관은 “RFID를 활용한 구호물자 입출고 관리 자동화로 정확한 현황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응급구호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각 구호 기관별로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구호 활동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유통관리시스템은 구호물자 접수·배분센터 운영지원, 구호물자 지원요청 관리, 이재민관리, 현장구호업무 기능을 갖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현장업무 지원을 위해 스마트폰 기반 현장단말시스템도 구축했다. 휴대용 RFID 리더로 읽은 RFID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 현장에서 바로 구호물자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스마트폰 현장단말시스템은 이재민관리, 구호물자 입출고 관리, 구호물자 보관점검 관리, 구호물자 불용처분 관리 등 기능이 있다.
◇올해 1단계 사업완료, 총 5만개에 RFID 부착 예정=소방방재청은 1단계 시범사업을 지난 10월 말 완료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서울시 구로구, 의정부시,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등이 보유한 재해구호물자 대상으로 추진됐다. 1만3000개 세트 규모다. 소방방재청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전국에 적용할 계획이다. 전국 확대 적용은 시범 적용에서 발생된 문제점을 보완한 후 진행될 예정이어서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전국에 확대 적용하면 총 5만개 세트에 RFID가 부착된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 교육도 적극 수행한다. 이미 시범적용을 실시한 지자체 공무원 대상으로는 상당히 많은 교육이 이뤄졌다. 최근 전국 담당 공무원 대상으로 향후 재해구호물자 관리 업무 자동화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김영복 연구사는 “처음 교육을 나가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반신반의 한다”며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자동화를 통해 업무가 편리해 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소방방재청은 향후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 공무원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상만 시설사무관은 “RFID 기반 재해구호물자 통합정보시스템이 적극 활용되기 위해 무엇보다 지자체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며 “과거 마인드 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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