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원 소비 의존도가 높은 경제활동으로 단기간에 자원소비를 줄일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석유소비가 가장 많은 산업인 제조업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광물자원개발 분야 지원 예산은 지난 2007년 8866억원에서 지난해 1조7021억원으로 증가했다.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해외자원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1년 해외석유개발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65개국 469곳 자원개발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생산은 209곳에서 진행 중이며 개발 117곳, 243곳에서 활발한 탐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3건의 해외 석유기업 M&A가 성사됐으며 세계 3위 원유 매장국(확인매장량 1150억배럴)인 이라크 생산유전을 최초로 확보했다. 석유·가스에 대한 민간기업의 투자도 증가했다. 2005년 9억9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자원개발 투자금액은 2007년 22억3000만달러, 2009년 58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지식경제부는 2012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까지 달성할 계획이며 6대 전략광물은 32%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원개발에 있어 후발주자이지만 짧은 기간 꾸준한 투자로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정부·공기업·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자주개발률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에서 개발까지 ‘우리기술로’=한국석유공사는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비교해 짧은 경력과 인프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베트남 15-1광구·11-2광구·동해-1 가스전 개발 등의 성과를 일궈내 ‘KNOC’라는 이름을 해외 석유산업계에 각인시켰다. 국내에서는 20여년 노력 끝에 동해가스전 개발에 성공했고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베트남 11-2광구는 석유공사가 단독 운영하는 호치민시 남부도시 붕타우 동남쪽 380㎞ 지점에 위치한 광구로 2006년 말부터 일일 가스 1억7500만 입방피트(원유 환산시 약 3만배럴)와 원유 4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15-1광구에서는 3개의 유전과 1개의 가스전을 발견, 2003년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현재 2개의 유전에서 일일 900만배럴의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 11-2·15-1광구는 모두 석유공사가 자체 기술력으로 탐사를 주도, 원유 및 가스를 발견하고 상업생산을 시작한 지역으로 국제적으로 석유공사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탐사부터 개발, 생산에 성공한 사례는 중앙아시아에서도 나왔다. 카자흐스탄 아다광구는 석유공사가 직접 운영(지분 40%)하는 최초의 육상광구로 LG상사가 지분을 참여했다. 아다광구는 국내 기업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탐사 단계부터 참여해 개발에 성공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아다광구는 생산 원유 판매수익이 매년 약 8612만달러로 향후 19년 동안 총 16억3630만달러의 매출액이 예상된다.
지난 2009년 이후 시험생산 중인 아다광구는 생산량을 점차 늘려 2012년 이후에는 일일 7500배럴을 뽑아 올릴 계획이다.
류상수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육상광구 운영기술 습득을 통해 숨베사·잠빌광구 탐사 등 우리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서 이미 진행 중인 다른 사업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4개의 생산·개발 광구를 보유한 카자흐스탄 알티우스사를 인수해 인근 아다광구와 개발경험, 시설, 인력을 공유, 비용절감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4년부터 2년간 치열하게 줄다리기 해온 카스피해 연안 잠빌광구 인수계약을 지난 2006년 체결했다. 잠빌광구는 우리나라 연간 석유 소비의 약 1.2년치에 해당하는 10억배럴 규모의 해상광구로 유전개발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공사는 최대 6000m 깊이까지 시추할 수 있는 시추선을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건조하고 있다.
◇시련의 땅에서 희망을 캐다=이라크는 7월 한여름 평균 기온이 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성 건조기후다. 2000년대 후반 고유가로 에너지개발이 국가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한국가스공사는 국가 에너지 자주개발률 제고를 위해 이라크 주바이르 원유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월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전 재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탈리아 ENI사가 43.75%를 투자했으며 미국 E&P 31.25%, 한국가스공사가 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일일 최대 120만배럴, 20년간 총 64억배럴의 원유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초대형 유전이다.
이라크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현장 작업자들은 이동시 무더운 날씨 속에 두터운 방탄복을 착용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잦은 테러 때문에 차량 이동만 가능하고 이마저도 경호차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스공사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3년 기한의 초기생산 목표를 6개월만에 달성했다. 투자비 회수는 물론 생산보상비 청구자격을 얻어 2011년 7월,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원유 약 41만배럴을 인수했다. 다음달에는 원유 50만배럴(약 5400만달러)을 추가로 인수한다. 주바이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원유를 생산할 경우 2013년 가스공사의 자주개발률은 7.5%(262만톤/3485만톤) 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바드라 유전과 만수리야 가스전참여사, 아카스 가스전에 운영사로 낙찰된 것도 희망의 메시지다.
가스공사는 시련의 나라 아프리카에서도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11월 가스공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Area4 광구 첫 번째 탐사정에서 가스부존량 22.5Tcf(LNG 환산 약 5.1억톤)의 가스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이 약 3400만톤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발견은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15년치와 맞먹는 초대형 규모다. 이 사업은 가스공사가 아프리카 전략 거점국가로 모잠비크를 선정해 2007년부터 진행해 왔다. 우리나라 자원개발의 미개척지인 동아프리카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좋은 사례로 국가 자주개발률 제고와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전통가스 개발사업 역시 가스공사의 핵심 에너지 개발 사업이다. 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캐나다 엔카나사와 혼리버 분지에서 천연가스 개발의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험생산을 개시, 현재 7개 평가정에서 본격 개발을 위한 생산성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키위가나 광구 역시 2012년 4월 최초 생산을 목표로 수압파쇄 및 유정완결 작업이 24시간 이뤄지고 있다.
또 가스공사는 캐나다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5600만톤의 천연가스를 이미 확보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세계는 천연가스의 안전성과 청정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캐나다 사업은 비전통가스 개발노하우 확보 및 안정된 자원개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유망 부존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 dskim@etnews.com 함봉균·유창선·박태준·조정형·최호·유선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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