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이젠 퍼스트무버] <3> 삼성 생태계

 [삼성 모바일 이젠 퍼스트무버] <3> 삼성 생태계

 “미얀마에도 훌륭한 개발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르는 지구촌 곳곳에 숨은 인재가 수두룩하다.”

 이달 중순 권강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전무는 이 말을 남기고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아프리카 지역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다. 그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삼성앱스’가 이미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다”며 “세계 곳곳에 삼성 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무가 아프리카로 떠나는 날. 국내 언론에는 삼성앱스가 통신사 숍인숍에서 벗어나 별도 스토어로 독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삼성앱스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 독자 마켓과 본격 경쟁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삼성전자가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소프트파워’가 꼽힌다. 스마트폰 운용체계(OS)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너무 종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윈도폰’ ‘바다’ ‘타이젠’ 등 다양한 OS 대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멀티 OS 전략’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OS보다 더 큰 과제는 ‘삼성 생태계’를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의 모바일 비즈니스의 근원이 개발자와 개발사의 선순환 생태계인 앱 마켓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파이퍼제프리 분석에 따르면 애플이 지금까지 앱스토어를 통해 얻은 수익은 2억9200만달러에 불과하다. 매출 20% 정도를 받아 통신사에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앱 스토어 개발과 서버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앱 스토어에서는 수익이 거의 없거나 아예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구글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글은 나아가 안드로이드 OS를 휴대폰 제조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당장 수익이 남지 않는데도 앱 생태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좋은 앱이 수두룩한 ‘앱 스토어’ 덕분에 아이폰의 프리미엄을 올릴 수 있다. 영업이익률 35% 이상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불티나게 팔린다. 앱 스토어를 통해 제공하는 부가가치를 누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얻는 거래 수수료 수익은 미미하지만 막대한 모바일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구글 검색 광고 수익도 늘어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놓았다.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삼성앱스를 키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애플보다 훨씬 뛰어난 하드웨어를 갖추고도 비싸게 팔지 못하는 딜레마를 향후 삼성앱스가 풀어 줄 수 있다.

 다행히 삼성앱스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이달 오픈 2주년을 맞은 삼성앱스는 세계 121개국에 서비스 중이다. 앱 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과 거의 비슷한 커버리지다. 등록된 앱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10월 글로벌 기준으로 6만여개를 돌파했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연계한 시너지도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억대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T스토어 사용자의 10배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K팝, 한국 모바일 게임 등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삼성도 빠른 시일 내 메이저 생태계를 갖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삼성앱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