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예산안 정국…속타는 정부

 내년도 예산을 심의, 확정해야 할 국회가 멈춰 섰다. 정부는 속을 태우고 있다.

 법정 처리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일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 부처는 국회 처리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장기화에 대비해 준예산을 끌어쓰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내년 경기나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빠르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산이 조금 깎이더라도 국회에서 빠른 시간 내 원만히 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국책사업 차질 생길 수도=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디지털방송 전환 사업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내년 말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내년 관련 예산을 올해 412억원에서 634억원 늘어난 1046억원으로 마련해놓았다.

 방통위는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 국민의 TV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정부 지원 대상을 기존 저소득층에서 서민계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경식 방통위 기획재정담당관은 “국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국회가 정상화돼 내년 예산안이 차질 없이 통과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국고보조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 국고보조사업은 중앙부처에서 결정해야 지방에서 매칭으로 예산을 확정한다”면서 “다른 사업도 집행계획을 월·분기별로 수립해야 하는데, 연말에야 예산이 확정되면 집행 계획이 다급하게 짜여질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정부 사업비도 사업비지만, 인건비도 들어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스마트 콘텐츠, 예술인복지법 후속조치,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를 배치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등을 주요 증액 대상으로 보고 있다.

 김태훈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획관도 “지난 21일 예결위 여야 간사가 예산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며 “(한미 FTA 통과 후 정국 경색) 변수가 있으나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예산 조기 집행으로 재정 대응력 높여야”=국가 재정 운영에 총대를 메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국회가 여야 협의를 시작하는 즉시, 예산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의 조기 배정과 집행을 통해 재정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목표가 깔렸다.

 16조4000억원 예산이 걸려 있는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법정시한은 12월 2일까지지만 12월 31일까지만 통과되면 된다. 1일부터 시행하면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산 국회가 재가동되면 10조8000억원 순증키로 한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와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재정부는 국회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되, 재정원칙과 방향에 맞춰 최대한 증액을 억제한다는 전략이다.

 권상희·김준배·김원석·이호준·정미나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