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의 휴대폰 위치정보를 활용해 매장내 동선을 추적할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 운용할 계획이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인 ‘프롬나드 테메큘라’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숏 펌프타운 센터’는 고객들의 휴대폰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추적 시스템을 ‘블랙 프라이데이’와 신년으로 이어지는 쇼핑 성수기에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유통업체는 휴대폰 추적시스템을 통해 쇼핑 고객들의 동선과 특정 매장에 대한 선호도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객들이 특정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도 체크하고 어떤 매장에 가지 않는지도 파악하겠다는 것.
그동안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의 동선 파악을 위해 CCTV를 설치하거나 고객들의 이동 상황과 분포들을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히트맵(heat map)’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고객들 모르게 잠행 요원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의 사례 처럼 휴대폰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동선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휴대폰 추적 시스템의 도입에 대해 고객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고 있다. 물론 두 유통업체의 관리를 맡고 있는 ‘포레스트 시티 커머션 매니지먼트’사측은 고객들의 사적인 정보는 수집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고객들의 이름, 휴대폰 번호, 개인 정보 등은 전혀 수집하지 않으며, 이들 정보는 통신사업자들의 개인보호 규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고객의 구입 상품 정보 획득 행위나 사진 촬영도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 유통업체들이 설치하려는 휴대폰 추적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작동되는 것일까. ‘FootPath Technology’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고객들이 갖고 있는 휴대폰의 고유식별번호를 인식한다. 휴대폰 고유식별번호는 마치 컴퓨터의 IP 주소와 같은 역할을 하기때문에 유통업체측은 매장내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해 고객들의 휴대폰의 이동 상황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은 영국의 ‘패쓰 인텔리전스’라는 회사가 개발했는데, 이 회사는 이미 영국, 호주 등 유통업체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패쓰 인텔리전스’는 이번 기회에 미국 유통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현재 2개의 유통업체 외에도 JC패니, 홈데포 등 유통업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시스템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미 수많은 쇼핑몰들이 여러방법을 통해 고객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데다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와 비교하면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들은 고객의 이름, 상품 구매 정보, 구매 빈도, 구매 지역 등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타깃 마케팅이나 광고 등에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과 고객들은 휴대폰 고유식별번호가 외부 해커들에게 탈취되어 악용되지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또 과연 유통업체들이 고유식별번호만 가져가는지도 확신하지못한다.
휴대폰 추적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유통업체들은 고객의 동선이 휴대폰에 의해 파악되고 있으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휴대폰 고객들은 휴대폰의 전원을 끄라는 고지를 매장내에 하고 있으나 고객들에게는 소극적인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오히려 이 같은 고지 행위가 고객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될수록 개인 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