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일로를 걷자 은행들이 부실대응 자금을 20% 넘게 늘리기로 했다.
은행들은 조만간 자금 경색과 부실 확산에 대비한 재무건전성재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게 올해 4분기 대손준비금을 대폭 확충하도록 지도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금감원이 은행들에 주문한 금액은 1조5천억원 안팎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임원도 "적게는 1조3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8천억원까지 대손준비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말 7조3천억원, 6월말 7조6천억원, 9월말 7조9천억원이던 대손준비금 잔액이 연말에 가면 최대 9조7천억원으로 2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손준비금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에 대응하는 자금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으로 달라진 대손충당금 제도를 보완하려고 올해 도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준비금 산출 방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도 일제히 높이기로 은행들과 합의했다.
`요주의` 등급 이하로 분류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은 무조건 개별평가를 거치게 돼 충당금 적립 부담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연말 충당금과 준비금을 더하면 약 33조원에 이르게 된다. 3월말 26조2천억원에 견주면 26.0% 증가한다.
금감원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재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외화자금 부문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시작한 데 이어 원화자금 부문까지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근 유럽 은행감독원(EBA)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은행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만큼 국내 상황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산ㆍ부채의 `금리 갭(gapㆍ격차)`을 줄여 금리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금리가 급변동할 때 급격한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 부동자금이 지나치게 은행 예금으로 쏠린다고 보고 유휴자금의 운용 현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이 거둔 이익은 대부분 일시적인 효과였다"며 "은행이 일정수준의 예대마진을 유지해야 국가가 위기를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