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경영진·비상대책위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경영진 및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말 동안에도 각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기관투자자와 주요주주 설득에 분주히 움직였다.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대주주와 창업자가 맞붙은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할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불과 이틀 앞으로(30일) 다가왔다.
◇막판까지 지분 끌어 모으기 경쟁=현재 지분율로만 보면 유진그룹이 앞서 있다. 유진 측은 주식 31.34%를 확보했다.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콜옵션 행사와 우호지분 확대를 설득 중이다. 콜옵션 행사는 12월에 가능하다.
하이마트는 선 회장 보유분(17.34%)과 우리사주조합 지분(6.8%)을 포함 28.0% 정도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하이마트 측은 주총 현장에 개인투자자를 대거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이마트 비대위 관계자는 “명분에서 앞서 있는 만큼 개인 주주들을 최대한 주총에 많이 참여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 자격을 갖는 기관투자자들의 방향성은 중요한 변수다. 기관마다 의견이 갈리는 모양세다. 한쪽 지지의사를 밝혔다가 변경한 곳도 있고 중립 의사를 밝힌 기관도 있다. 막판까지 양 측의 기관투자자 물밑 접촉시도가 많아질 수 있는 이유다.
◇선 회장·경영진 빠진 하이마트 가능한가=하이마트가 가전유통 업계에서 독보적 성공신화를 펼쳐온 데는 선종구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한 데 모으고 ‘카테고리 킬러매장’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던 게 선 회장이다. 이후 고성장을 이뤄냈고 올해 증권시장 상장까지 성공시키면서 임직원들의 신뢰가 두텁다.
유진그룹은 ‘경영진 일부가 직원들을 동원한다’고 표현하지만 대표이사 교체건에 대해 임직원이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대응에 나서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유통업계는 매장과 인프라 이외에 특유의 관리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선 회장과 경영진이 물러난 후 하이마트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을 펼쳐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증권가의 부정적 시각이 많다. 선 회장을 퇴진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기존 경영진과 직원들을 설득시키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은 유진 측에 장기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진실 공방 계속=양측 진실 공방의 핵심은 ‘유진이 2007년 대주주로 들어오면서 선 회장에게 7년간 경영권 보장을 약속했는가’다. 하이마트는 다른 후보군 가운데 가장 낮은 매입가를 써낸 유진을 대주주로 맞은 것은 경영권 보장 약속 때문이었으며, 관련 증인이나 증언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유진 측은 ‘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느 누가 하겠느냐’며 맞섰다.
유진은 또 대주주임에도 그간 경영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하이마트는 유 회장이 이미 주 2회 이상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원도 유진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상대방을 한 방에 제압할 카드는 없어 보이며, 막판 표 대결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