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기업 상생주간]기술사업화 문제 해결 열쇠 찾는다

[출연연-기업 상생주간]기술사업화 문제 해결 열쇠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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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IT 국가대표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7~8년 전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수모(?)를 당한 적이 있다.

 최첨단 기술 수백개를 기술이전 시장에 내놓은 행사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기술이전 실적이 단 한 건도 안 나왔다. “기술을 이전받으면 3개월 내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중국 측 바이어 질문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너도나도 기술사업화에 목을 매지만 성과 내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큰 요인 중 하나는 부실한 조직 때문이다. 기술이전조직(TLO)은 대부분 3~4명, 기껏해야 7~8명이 전부다. 이들이 1000억원이 넘는 과제를 챙기고 있다. 3~4년 한곳에서 일해 노하우가 쌓일 만하면 기관장이 바뀌고 보직은 순환되기 일쑤다.

 출연연 관계자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기술사업화팀이나 성과확산실로 온 사람들은 ‘일을 배우러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만큼 이직이 잦다는 말이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산하 14개 출연연이 올해 4086개 과제에 2조96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기술이전 실적을 들여다보면 안타깝다. 실적을 논문이나 특허, 기술이전 건수, 기술료 수익으로만 산정할 수 없다. 하지만 보편적인 통계치를 내면 지난해 14개 출연연의 총기술료 수익은 6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ETRI 실적 328억원을 빼고 나면 기관별 평균 20억~30억원 수준이다. 통상 출연연 한 곳 예산은 1500억원 전후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매년 투입예산 대비 생산성이 0.02%에 불과하니 투자할 마음이 안 생길 만도 하다.

 전자신문이 이달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 KAIST KI빌딩서 ‘출연연-기업 상생 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이러한 기술사업화 문제를 푸는 단초라도 마련해보자는 취지다. 행사는 기술사업화 성과전시회와 사이언스포럼 두 가지다.

 주최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주관은 KAIST가 거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후원했다.

 ◇이민화 교수, 복합기업 생태계 주창=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이민화 KAIST 교수는 ‘지재권 중심형 R&D 전략’이라는 제목의 사전 배포자료에서 “21세기 창조경제의 경쟁력은 복합기업 생태계 형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비교우위를 따져보면 대기업은 시장 확보 역량이 20이고 R&D 투자효율은 1인데, 벤처기업은 반대로 돼 있다”며 “대기업은 시장 플랫폼, 벤처기업은 기술 혁신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조직의 파괴적 혁신을 주문했다. 혁신적 창조성을 따라가지 않으면 결국 도태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까지 진행된 R&D는 제3세대로 모두 전략형으로 추진됐다. 이 교수는 제4세대는 혁신형, 가치창출형 R&D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이 교수는 R&D 협력의 새로운 대안으로 IP 중심 R&D를 제안하며, 오픈 이노베이션과 지재권 중심의 기술개발 전략으로 산학연 협력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정흥채 박사, 강한 특허 만들기 운동 주문=두 번째 기조 연설자로 나서는 정흥채 생명공학연구원 성과확산실장은 ‘출연연 기업 상생을 위한 기술사업화 발전 제안’이라는 기조연설 사전 배포자료에서 R&D 투자의 양적, 질적 성과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우리나라가 SCI(국제과기논문색인)급 논문은 세계 12위인 데 비해 R&D 생산성(기술료/투입연구비) 평균은 1.3%에 불과하다”며 “미국(5.6%)이나 독일(7.7%)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대안으로 연구 시작 단계부터 논문, 특허, 제품분석 등 3P 분석과 선행기술조사, 기업기술 수요조사 등을 통한 목적 지향적 R&D 기획을 주문했다. 또 기초원천 연구 성과에 잠재돼 있는 기술씨앗(시드) 발굴과 후속사업을 위한 인큐베이션도 거론했다.

 정 실장은 R&D 초기 단계부터 랩 밀착 특허 컨설팅을 추진하는 등 강한 특허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주장도 제기했다. 1 연구자 1 변리사 갖기 운동과 특허 컨설팅 정례화, 기관 전담 특허사무소 지정 등도 성과 확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외에 개방형 기술이전 및 사업화 체계 구축과 가치창출형 연구소기업 육성, 기술이전 사후관리, 성과 확산 전담조직의 전문 역량 강화를 촉구했다.

 정부에 대한 요청도 했다. 부처별 다양한 기술이전 규정을 표준화하고, 관리 및 통제 위주 기술이전 규정을 기술이전 촉진 규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 IP 특화펀드 조성과 IP 비즈니스플레이어 양성도 주문했다.

 ◇2030 과학기술 미래 논의=30일 오후에는 과학기술과 IT의 미래를 조망하는 특별세션이 준비된다. 사회는 정명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장이 맡았다.

 양승환 경북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박현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미래성장조정과장, 유경만 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장 등이 좌담회에 참석한다.

 이들은 좌담회에서 2030년 과학기술과 IT의 미래를 조망하고, 과학기술 개발의 성공 및 실패사례 분석과 향후 우리가 준비해 나가야 할 정책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출연연의 R&D 체계 등에 대한 논의도 계획하고 있다.

 정명애 부장은 “과학기술 미래 예측과 그에 따른 출연연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원천기술 개발과 기업 지원이라는 출연연의 미션을 과기계가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답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출연연-기업 상생주간 일정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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