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유가 궁금하다

 “우려가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과학현안을 논하는 자리에 과학은 없고 정치논리와 부처 이기주의만 있다.”

 표류하는 정부출연연구소 지배구조개편을 바라보는 연구원들의 목소리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중심으로 추진되던 출연연 개편작업이 사실상 ‘없던 일’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은 각 부처별로 나눠진 연구기관 ‘중복 투자’를 줄여보자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국과위도 이 논의 과정에서 탄생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이른바 민간위안도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여러 의견을 종합해 마련한 정부안이라는 것도 민간위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기간 끌었던 출연연 구조개편이라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출연연 구조개편 당사자는 교과부, 지경부, 재정부, 국과위, 청와대 5곳이다. 5곳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부안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반대하는 곳은 단 한 곳, 지식경제부다. 최중경 전 장관은 마지막 장관급 회의에서 ‘산업과 연구개발이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를 끝으로 진전이 없다. 출연연 구조개편이 법개정 문제와 맞물린 상황을 고려하면 현 정권에서 마무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연연 통합 논의에서 비롯된 것이 국과위라고 보면 출연연 구조개편에 실패한 국과위는 존재 이유 가운데 큰 하나를 잃는다. 결론 없는 개편 논의만 몇 년째 이어지면서 연구 현장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지 오래다. 출연연은 장기적 연구를 위해 가능한 한 정부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리 뗐다 저리 붙이는 구조로는 안 된다. 출연연 구조개편 역시 효율적 국가 R&D를 위한 방향이라는 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중론도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이를 반대하는 한 부처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설득력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