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과 원자력은 같은가? 물론 같지 않다. 하지만 같기도 하다.
최근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원자력을 이용하면 방사선 또는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일반 국민도 요오드131이나 세슘137이 방사성 물질이라는 것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방사선은 인간에 유익하기 위해 존재해 왔고 그 대표적인 예가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응용한 것이다.
나는 약학도다. 약학대학을 나왔고 박사학위도 방사선과 관련 없는 연구로 취득했다.
하지만 우연히 입사한 원자력병원(현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원 시절 방사선과 인연을 맺게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내가 방사선 연구를 시작할 때 한국에서는 이 분야 연구자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여성은.
주 연구 분야는 방사선을 이용한 암치료 효율을 생물학적 및 약학적 방법에 의해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사선의 암 살상효과를 증진시키는 방법과 방사선에 의해 유도되는 부작용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방사선은 암세포를 죽이는 좋은 역할도 하지만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어 부작용도 유발한다.
따라서 이런 정상세포에 대한 방사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사선과 다른 약제 등을 병용치료(방사선치료증진제)하는 방법과 방사선 치료 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나의 연구는 이러한 방사선 치료증진 및 부작용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사선은 인류에게 암과 같은 질환을 치료해주는 고마운 물질이다. 이 물질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이 세포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잘 알아야 한다. 이 또한 내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다.
가까운 미래는 우주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고 우주는 방사선 물질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선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꼭 필요하다.
방사선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처음 연구를 시작하던 때에는 이 분야 여성연구자가 극소수였다. 그런 이유로 어떻게 보면 많은 특혜(?)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흔에 결혼을 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요즘은 ‘내가 남들이 말하는 적령기에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다면 내 경력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자주한다. 그만큼 결혼과 육아는 여성, 특히 일하는 여성에게 큰 부담이다. 다행히 지금은 내가 젊었을 때처럼 일하는 여성들이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엄마가 아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래서 엄마는 중요하다. 일하면서 엄마로써 겪었던 잘했던 점과 잘못된 점을 후배들과 대화한다. 일하면서도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후배들이 잘 습득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이윤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부교수 yslee0425@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