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원대를 투자한다.
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내년 공격 투자’와 ‘이재용 승진 가능성 부인’ 발언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투자를 늘려 정면 승부를 걸되 경영체제를 크게 흔드는 데 따른 부담은 최소화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회장이 ‘신상필벌’ 인사 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다음 주로 예상되는 인사에서 실적을 중심으로 임원 승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내년 그룹 투자, 사상 최대 45조원 웃돌 듯=이 회장의 ‘공격적 투자’ 발언에 따라 내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투자 금액이 최대 4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45조원을 뛰어넘는 재계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삼성전자 투자는 시스템 반도체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 집중된다. 신수종 사업에 투자해 경쟁사와 초격차를 확보하고 핵심 현금줄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부문 투자 규모는 15조원 선이 될 전망이다. 이 중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8조원이 투자돼 사상 처음 메모리 반도체를 추월할 전망이다.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계열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통한 AM OLED 투자도 큰 폭으로 확대된다. 이 회사는 내년 5.5세대 AM OLED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시설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5조4000억원 선에서 30% 가까이 늘어난 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어난다. 소프트웨어(SW) 부문을 위주로 연구개발 투자에 10조원의 뭉칫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연구개발 투자(9조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내년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 투자가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AM OLED, 연구개발을 위주로 삼성전자에서만 8조원 이상 늘어, 그룹 전체 투자 규모는 45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총 43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이재용,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닌데”=특히 이날 이건희 회장은 다음 주 초로 예상되는 인사를 앞두고 부회장 승진설이 강하게 제기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 ‘승진 없다’고 못 박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용 사장도 이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고 승진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닌데”라고 그간의 추측을 일축했다.
그동안 업계는 이재용 사장이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인 애플의 팀 쿡 CEO를 직접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 등을 이유로 사장 승진 1년 만이지만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됐었다. 이 회장이 이날 승진설을 부인하면서 삼성은 파격 인사를 통한 경영 세대교체가 아닌 현 경영체제를 이어나갈 것을 분명히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이 애플의 팀 쿡 등을 만난 것은 COO로서의 자연스러운 역할”이라며 “부회장 승진설은 다소 부풀려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잘한 사람 발탁한다’=이 회장이 기존의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삼성그룹 인사는 철저하게 성과에 따른 인물 기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3분기 실적에 비춰볼 때 휴대폰과 반도체 부문 등 실적이 좋았던 곳의 임원들과 디스플레이 등 적자가 난 부문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 사업은 갤럭시S2 판매 호조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 부문도 세계적이 D램 가격 폭락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16.8%의 영업이익을 내며 고수익을 거뒀다.
세계 TV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면서 흑자를 낸 DM 사업부문의 인사도 주목된다.
양종석 기자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