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 블루오션을 찾아라]<기고>융합의 가치를 찾다

[방송통신융합, 블루오션을 찾아라]<기고>융합의 가치를 찾다

 요즘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같은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준비 과정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창조적 곡 해석과 소화능력이다. 자기를 버리고 원곡 가수가 부르던 방식을 따라하면 대체로 신통치 못한 점수를 받는다. 자기만의 색깔로 곡을 소화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때 관객들은 ‘노력이 만든 감동’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스마트 혁명이 만드는 변화의 시대, 경쟁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온고창신(溫故創新)’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유래된 말로 옛것을 익혀 새로운 변화를 뽑아낸다는 뜻이다. 여기서 옛것이란 ‘오래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온 정체성’을 뜻한다. 자신이 서있는 곳,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남들이 만들어낸 기준을 따라가는 변화로는 스마트 시대에서 경쟁력이 없다. 같은 맥락으로 남이 만들어 놓은 스마트 기준을 꼭 따라갈 필요 또한 없다. 자신만의 콘텐츠와 방식으로 시장의 기준을 만들면 그것이 새로운 기준이 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우리 식의 스마트 시대는 어떤 색깔이어야 할까. 이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보편적 스마트 시대 핵심 가치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스마트 혁명 전령사, 아이폰을 살펴보자. 아이폰은 휴대폰에 인터넷과 컴퓨팅기술, MP3를 결합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환경이라는 콘텐츠를 담았다. 그것도 부족해 수십만 집단 지성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마켓까지 담았다.

 하나의 디바이스에, 기존에는 따로 존재했던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시켜 만들어낸 단일 결정체가 바로 아이폰이다. 스마트 시대에서 융합이 답이라면 신선한 식재료를 환상적으로 조합해 비빔밥을 만들어낸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스마트 레시피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 사실 작은 땅덩어리, 조밀한 인구가 만들어낸 촘촘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최고 수준 전자기술, 불과 2년 만에 경제활동 인구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쟁적 모바일 수요를 가진 나라에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닐까.

 그렇다. 우리 경쟁력은 비빔밥 같은 킬러 콘텐츠, 이종사업 간 융합에서 나올 것이다. 제조·금융·의료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키워온 콘텐츠와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더 나아가 콘텐츠 플랫폼을 하나의 생활방식, 문화코드로 키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식 스마트’의 정체성이 될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도 마찬가지다. 이종 서비스가 융합된 시대에는 누가 더 개인 특성과 상황에 최적화된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드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아울러 장벽 없이 멀티 단말기 사용이 가능한 통합 플랫폼을 갖춘 콘텐츠 유통사업자와 보안·빅데이터분석 등 신서비스 모델이 스마트 융합 시대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가 쌓아온 자산은 누군가에 의해 쉽게 추월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 시대 핵심 기술,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와 네트워크 망, 모바일 기술을 가졌다. 게다가 우리 게임과 K팝 등 한류 콘텐츠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 노하우과 콘텐츠 자산이 우리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인생에서는 지금이 언제나 가장 빠른 때다. 축적된 자산을 토대로 개발자나 미디어 같은 콘텐츠 제공자, 방송통신사업자, 단말기제조사가 개방과 상생 정신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표준화된 기술, 쓰기 쉽고 최적화된 사용자 플랫폼,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우리가 세계 방송통신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미래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jyhwang@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