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해외에서 들려오는 한국광물자원공사(대표 김신종)의 선전이 놀랍다.
광물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해외 프로젝트는 총 16개국 35개 사업이다. 이중 16개는 최근 추가됐다. 해외사업 중 절반을 차지한다. 광물산업 진흥기관에서 투자기관으로 변모한 지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광물 종류도 유연탄·철 등 6대전략 광종을 비롯해 신전략광종인 리튬·희토류 등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국내 6대 전략광종의 자주개발률은 2008년 23.1%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 27%를 달성했다. 괄목상대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투자금액도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총 투자된 금액은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만 약 6700억원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정부 출연금은 연간 1000억~1200억원 수준으로 신규투자 확대에 따른 부족금은 해외펀드 조성과 프로젝트 지분매각 등을 통해 조달했다. 자금 동원력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자원 영토, 발품 팔아 넓히다=광물자원공사가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김신종 사장을 첫 손에 꼽는다. 광물자원공사의 성과 대부분이 김 사장 부임 이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08년 부임하자마자 광물자원공사를 산업 진흥기관에서 투자기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을 비롯해 30여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에너지·자원분야에서 보낸 게 바탕이 됐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 경영을 강조한 김 사장은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취임 5개월 만인 12월 28일 자본금을 2조원으로 증액하는 등 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광물자원공사의 숙원이었던 공사법 개정이 현실화했다.
김 사장의 현장경영은 해외 사업 추진에서도 여전했다. 지구를 대략 23바퀴(지구 한바퀴 4만㎞정도) 돌았다. 다녀온 나라만 30개국에 달한다. 세계 리튬 절반이 묻혀 있는 볼리비아는 무려 9번 다녀왔다. 한 달 평균 보름은 해외에서 보낸다. 자원개발 현장이 주로 아프리카·남미 등 오지다보니 그렇다.
아프리카 니제르 출장 때 황열병 예방주사로 곤혹을 치렀고 4000m 고지대에 있는 볼리비아 방문 때는 고산병으로 두통과 복통에 시달렸다. 방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발품은 성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프로젝트는 첫 결과물이다. 광산 지분 4%를 인수해 2013년부터 연간 400톤씩 10년간 4000톤을 확보한 상태다. 아직 개발권 확보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볼리비아 우유니 프로젝트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서 후발주자 약점을 극복하고 선두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김 사장은 “직접 현장을 뛰는 것은 자원 확보 쟁탈전에서 중국과 일본을 이길 특별한 묘약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빠른 결단을 내리거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그나마 게임이 된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으로 중남미 구리벨트 구축=광물자원공사는 부족한 자금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2009년부터 ‘2+2 전략’을 추진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주개발률이 낮은 구리와 우라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4월 캐나다 파웨스트마이닝을 인수합병(M&A) 하는 데 성공하면서 캐나다 캡스톤, 칠레 산토도밍고 등 2개 유망 구리 광산을 한꺼번에 갖게 됐다. 지난 2008년 멕시코 볼레오, 2009년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2010년 미국 로즈몬트 등 중대형 구리 프로젝트에 진출한 데 이은 쾌거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로써 △캐나다 캡스톤 △미국 로즈몬트 △멕시코 볼레오 △볼리비아 꼬로꼬로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칠레 산토도밍고 △페루 마르코나 등을 아우르는 7개 중남미 구리 벨트를 구축했다.
7개 구리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2015년에는 현재 6%인 구리 자주개발률이 30%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광산들은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소위 ‘대박광산’이다. 인수 당시 톤당 4000달러~5000달러 수준이었던 구리가격이 지금은 9000달러~1만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앞으로 7개 구리 프로젝트를 관할하는 법인을 만들어 캐나다 증시에 상장하고 구리 생산 세계기업 순위 20위권 내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확보=광물자원공사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리튬 확보에 나서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볼리비아를 잇는 리튬 트라이앵글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칠레 엔엑스우노 리튬 개발 사업에 참여해 연간 탄산리튬 4만톤을 확보했다. 2013년부터 생산한다.
아르헨티나 살베디바 리튬 탐사사업에도 지분 10%로 참여, 2014년부터 연간 탄산리튬 1만2000톤을 국내로 들여온다.
트라이앵글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볼리비아 우유니 프로젝트는 아직 협상 중이다.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가 후발주자기는 하지만 지난 7월 볼리비아 정부와 외국기업 최초로 리튬 배터리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볼리비아 우유니 프로젝트까지 따내면 광물공사는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지대를 선점하는 세계 최초의 기업이 된다”며 “2015년 생산을 본격화하면 세계 수요량의 5배에 달하는 리튬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프리카 탐사 확대로 희유금속 선점=미개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광물자원공사에 매력적인 곳이다. 희토류 매장량이 많아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우선 해외사무소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민주 콩고를 거점으로 진출 기회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남아공과 콩고를 비롯해 탄자니아·짐바브웨·카메룬·에티오피아 등의 국가를 집중 공략해 5~6개 희유금속 광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눈에 띄는 성과도 나왔다. 지난 1일 남아공 더반에서 캐나다 프론티어와 잔드콥스드리프트 희토류 프로젝트 지분 1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개발하게 되면 최대 30%까지 지분을 인수하는 옵션이 붙었다. 노천광산인 이 프로젝트는 매장량이 3900만톤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품위도 2.01%로 좋다. 정밀 탐사단계를 거쳐 개발 단계에 들어가면 연간 2만톤의 희토류가 생산될 예정이다. 광물공사는 지분 30% 기준 6000톤을 확보하게 된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는 국내 연간 수요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양으로 전기자동차 모터용 자석 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의존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광물자원공사 해외 자원개발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