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대한민국 자원개발 1호 기업이다. 내년이면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불모지인 우리나라 자원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지 30주년이 된다. 지난 세월 동안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성과는 놀랍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12월 기준으로 16개국에서 26개 광구 및 4개 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분 참여 중인 페루·베트남 등 생산광구에서는 우리나라가 8개월 간 쓸 수 있는 5억3000만배럴의 원유를 확보해 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지분 원유 보유량을 10억배럴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10억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1년 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일일 지분 원유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5년 일일 2만4000배럴에 불과한 지분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5만9000배럴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6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페루 88광구(카미시아)와 56광구에서 생산하는 대규모 천연가스를 액화해 LNG로 판매할 수 있는 LNG 공장을 준공했다. 기존 원유 및 천연가스 광구 투자와 함께 대규모 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구축에 이은 성과다. LNG공장 준공은 가스 액화 및 수출까지 전 과정에 참여, 페루 현지에 수직계열 생산체계를 완성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 7월 매각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의 브라질 광구는 자원개발 사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민간 기업 최초로 보유 광구를 메이저 회사에 판 데다 매각 대금도 24억 달러로 최대다. 석유개발 사업 특성상 성공률이 매우 낮고 보유 광구 자산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워 매각이나 매입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매출 1조 눈앞=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 사업 순항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반영됐다.
지난해 매출 7830억원과 영업이익 4155억원을 거둬 국내 기업 최초로 석유개발 사업에서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783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4119억원을 달성했다. 자원개발 분야 연간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5000억원 돌파가 눈앞에 다가왔다.
2010년까지 최근 3년간 석유개발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해도 1조원을 넘어선다. 영업이익 2096억원을 기록한 2005년에 비교하면 5년여 만에 2배가 넘게 성장했다. 매각한 브라질 광구를 특별이익으로 반영함에 따라 순이익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외형적인 성과 못지않게 석유개발 사업 내실도 알차다. 올 상반기 석유개발 영업이익률은 50%를 상회한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률 4.8%의 10배가 넘는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개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커가고 있다.
◇대를 이은 자원개발=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은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최종현 회장은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1982년 ‘자원 기획실’을 설치하고 첫 프로젝트로 ‘석유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사업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다.
“회사는 이익의 15% 이상을 매년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하며 실패하더라도 참여한 직원을 문책해서는 안 된다”는 최종현 회장의 원칙이 오늘날 SK이노베이션의 근간이 됐다. 석유개발 사업이란 본래 1~2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10~20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종현 회장은 이때부터 장기적인 안목과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고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독려했다.
최종현 회장의 선견지명과 확고한 의지를 등에 업고 시작한 석유개발 사업이었지만 초창기에는 실패도 많았다. 다시 석유개발 사업의 문을 두드린 건 1984년 2월 29일 SK이노베이션(당시 유공)은 북예맨 마리브광구 개발권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7월 시추정에서 원유를 발견한 데 이어 이듬해 11월 알리프 유전의 사업성을 확인했다. 1987년 12월 원유 본격 생산까지 40개월 만에 이룬 결실이다.
최종현 회장의 의지는 대를 이어 아들인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2004년 초 석유개발 사업을 석유개발사업부로 승격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처럼 ‘발로 뛰는 경영’으로 지난해 페루에서 LNG 공장을 준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1996년 8광구 지분 참여를 계기로 페루와 인연을 맺은 뒤 수차례 페루를 직접 방문해 얻은 성과다.
페루 LNG 공장 준공으로 남미에서의 ‘자원협력’ 모델을 성공시킨 최태원 회장은 연초에 스위스-브라질-호주를 잇는 자원영토 확장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이 두 번째 글로벌 자원경영에 나선 곳은 중동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우디아리비아와 쿠웨이트·터키 등을 직접 방문해 주요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자원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출국에 앞서 최태원 회장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가 간 자원전쟁을 해결하는 길은 자원협력이 핵심”이라며 “자원협력이 자원 확보의 중요한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SABIC, 쿠웨이트 페트롤리엄(KPC) 등 메이저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공업기반이 밀집해 있는 동북 지역을 포함해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 중국 사업장 현장을 둘러보고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에 이어 자원개발에 나선 첫 해인 2004년 10개국 15개국 광구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베트남 15-1/05 광구 등 3개 광구, 2008년 콜롬비아 CPE-5, SSJN-5, CPO-4 등 3개 광구 포함 6개 광구에 신규로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어 2009년 5개 신규 광구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2010년 지구 반대편 페루 LNG 프로젝트 완성 및 브라질 광구 매각, 2011년 콜롬비아 광구 시추 계획 등 국내 대를 이은 자원개발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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