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후지쯔 우보(牛步)시스템 적용 현장을 가다

한국 후지쯔에서 소 발목에 통신기능 내장 만보계를 채워 소의 발정과 건강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 후지쯔에서 소 발목에 통신기능 내장 만보계를 채워 소의 발정과 건강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을 달리니 어느덧 경기도 포천이다. 야트막한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잎을 떨군 나무들은 앙상해진 모습으로 산 밑에 섰지만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은 상쾌하다. 그 바람을 군데군데 모인 황소들이 즐긴다. 한창목장이다. 황소 100여두를 사육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목장이다. 여기선 국내 최초로 우보(牛步)시스템 실증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만보계로 소 발정기를 알 수 있다?=우보시스템은 소 발목에 채워진 통신기능 내장 만보계로 소의 발정과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만보계로 소의 발정 여부를 알 수 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의문은 우보시스템을 공급한 한국후지쯔의 설명을 듣고 쉽게 풀렸다.

 발정 징후를 보이는 소는 평소보다 걸음수가 증가한다. 걸음수에 대한 정보는 만보계 송신기를 통해 축사 한켠의 수신기로 수집된다. 수집된 정보는 매 시간 한국후지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센터로 보내져 과학적으로 분석된다. 분석 정보는 목장 관계자들의 PC와 휴대폰으로 전달된다.

 ◇100% 근접한 발정 탐지율=한국후지쯔의 우보시스템은 우리나라 축사 및 사육환경에 맞도록 특수 제작됐다. IT가 축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일행을 안내한 김희철 한창목장 사장은 “축산농가에 있어 소의 발정관리를 통한 임신, 출산은 매출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번식률이 높을수록 매출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소의 발정주기는 21일. 그 중 가임시간은 단 16시간뿐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21일을 기다려야 한다. 기존엔 발정 징후를 관찰하기 위해 김 사장이 수시로 소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CCTV가 있었지만 정확한 관찰은 어려웠다. 발정이 주로 밤과 새벽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평균 소 발정 발견율은 약 58%(사람 관찰 기준)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우보시스템 도입 후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노동력을 줄이고 다른 업무를 위한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100%에 가까운 발정 발견율 때문에 매출이 증대된 건 큰 수확이다.

 ◇축산농가 수익증대 기대=김 사장은 외근 중일 때에는 스마트폰으로, 목장에 있을 때엔 사무실 PC를 통해 우보시스템 분석 데이터를 관찰한다. 그래프를 통해 소의 걸음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보시스템은 발정뿐만 아니라 수태율, 분만 간격(최종 분만 일시), 임신 감정까지도 체크해준다.

 김 사장은 “우보시스템을 통해 발정 징후를 포착하면 엑셀 파일로 소의 위치를 확인한 후 CCTV를 통해 관찰에 들어간다”며 “가임 기간이 16시간으로 짧지만 가임 기간 7시간 전에 알려주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뿐만 아니라 소의 건강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정자 제공 정보를 파악해 혈통도 관리할 수 있는 특화 프로그램이라고 우보시스템을 평가했다.

 국내 소들의 평균 번식 기간은 14개월이다. 이 수치를 사료값 등 지난해 기준 여러 데이터와 조합해보면 가임암소 1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는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12개월로 2개월 줄이면 이 농가는 2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과학적인 축산 가능해져=일본에선 5년 전부터 1050여개 목장과 가축개량센터에서 우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공태일(임신이 안 된 기간)이 줄어들고 분만 간격이 평균 47일 단축돼 1년에 한 마리 출산이 가능해졌다. 암수구분을 위한 수정시점 조정에도 사용된다.

 한국후지쯔 측은 우보시스템 국내 도입 시 소 한마리당 연간 26만원, 가임 암소 50마리 보유 농가는 연간 1300만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후지쯔는 지난 8월부터 경기도 두곳, 경상북도 한곳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엔 전국 한우, 낙농 집산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향후 사육 소가 증가하게 되면 시스템을 더욱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우보시스템이 사료값 인상과 구제역, 한미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 농가에 큰 힘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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