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일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파죽지세의 판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벤츠 수입법인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가 독일 브랜드 중 가장 낮은 판매 증가율을 보이면서 연간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등 판매 저조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
MBK는 특히 지난주 열린 4분기 딜러사 사장단 회의에서 대주주이자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독과점적인 지위와 판매 정책에 대해 딜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년 판매 목표를 확정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인 난항을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당초 올해 한국 연간 판매 목표를 2만대로 정하고 독일 벤츠 본사에 보고했으나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이 1만7천565대에 불과해 목표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다.
작년 대비 판매 증가율도 독일 브랜드 중 가장 낮았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2만2천273대를 판매한 BMW가 44%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벤츠는 20%로 아우디(31%), 폴크스바겐(25%)에도 뒤지면서 독일 브랜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벤츠와 BMW가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이면서 BMW(1만5천432대)가 벤츠(1만4천678대)를 간신히 앞섰으나 올해는 BMW의 완승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독일 메이커들의 주력 차종인 디젤 실적에서도 벤츠는 가장 낮은 판매 비율을 기록했다.
폴크스바겐과 BMW는 전체 판매량에서 디젤 비율이 각각 90%, 53%에 달했지만 벤츠는 18%에 불과해 수입차 시장에서 대세로 부상하고 있는 디젤차 경쟁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출시한 판매 모델 수에서도 BMW가 51개를 선보인 데 반해 MBK는 올해 판매량이 자사의 절반 수준인 9천785대의 아우디(34개) 보다도 적은 30개에 그쳤다.
이처럼 올해 벤츠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딜러사 사장들은 지난주 MBK 본사에서 열린 4분기 미팅 겸 내년 판매 목표 회의에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경쟁 브랜드들이 다양한 모델 및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디젤 연료 차량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반면에 MBK는 신모델 투입 및 마케팅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딜러사들은 지적했다.
딜러사들은 특히 국내에서 세계 최고 브랜드인 벤츠가 BMW에 밀리고 있는 것은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계열인 한성차가 MBK의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 및 독과점에 가까운 최대딜러 지위를 겸하면서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판매 정책을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은 본사가 100% 투자한 자회사가 임포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MBK의 경우 독일 본사가 51%, 한성자동차가 49%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딜러사들은 이로 인해 벤츠 판매에 있어서 한성자동차의 독점적 지배력 확대가 가능했고, 결국 딜러간 공정 경쟁이 훼손되면서 민첩한 시장 대응 등 브랜드간 경쟁에서 다른 메이커에 뒤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지난주 회의에서 딜러사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MBK는 결국 딜러사들과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하는 내년 판매 목표를 수립하지 못했다.
특히 신생 및 중소 딜러사들은 MBK의 판매 및 딜러 정책이 한성차를 제외한 다른 딜러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MBK가 제시한 내년 판매 목표에 대한 동의를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MBK의 지배구조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판매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독일 최고 명차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못하고 2등 브랜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내부에서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