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1>경제 · 과학분야

[2011결산]<1>경제 · 과학분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점차 벗어나며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2011년 유럽재정위기로 다시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도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선진국 경기부진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제심리 불안으로 내수도 영향을 받았다. IT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1년 한해를 5회에 걸쳐 돌아본다.

 

 <경제금융>

 글로벌 경제침체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3.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는 경기 부진 속에서도 소비자 물가는 급등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한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는 그래도 무역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자유무역협정(FTA)에 국운을 걸었다. 7월 1일 한·EU FTA가 체결된데 이어 11월에는 4년을 끌어온 한미FTA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비준됐다. 예정대로 한미FTA가 새해 1월 1일 발효된다면 기업 간 경쟁환경 강화, 선진기술의 이전, 국내 제도·규범 투명화, 선진화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올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금융거래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은행권은 약 2000만명 수준인 모바일뱅킹 가입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카드사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모바일카드 사업을 새로 선보였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중앙회 해킹 사고는 올 한해 금융권 내 보안 의식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보호책임자(CIO) 의무화, 보안 예산 책정 일정비율 준수 등을 담은 금융보안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굵직한 M&A 이슈도 많은 한 해였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올 초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했지만 안팎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이후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잠정 중단됐다. 하이닉스는 매각 과정에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사퇴, STX 인수경쟁 포기 등 우여곡절 끝에 SK텔레콤 품으로 돌아갔다.

 올해도 동반성장은 이슈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구심점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설립된 후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이익공유제 등 화두를 내세우며 동반성장을 독려했다. 그러나 대기업 반발로 이익공유제 도입은 보류되고, 일부 품목 중소기업 적합업종 포함을 두고 갈등을 빚는 등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금융투자 업계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실감했다. 연초 일본 대지진, 미국 재정위기 우려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 27일 2231.47 정점을 찍은 후 9월 26일 1644.11 저점을 찍었다. 이는 저점 대비 최대 35.72%(587.36포인트) 변동폭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 변동성외에 이슈도 많았다. 스마트폰 2000만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모바일 증권거래 규모도 200조원으로 커졌다. 스마트폰이 증권거래 시장에서 새로운 획을 그은 것이다.

 

 <무역>

 지난 12월 5일 우리나라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다.

 연말까지 수출 5570억달러, 수입 5240억달러, 무역흑자 3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9번째로 달성한 성과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처음이다.

 지난 1967년 연간 무역액이 1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였지만,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3년 만에 다시 1조달러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1960년 이래 매년 수출은 21.1%, 수입은 15.3%씩 늘어난 셈이다. 우리보다 앞선 8개 나라가 차지하는 세계 무역규모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가운데 1조클럽에 가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무역대국 자리에 올랐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역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수출은 1980년대만 해도 상위 10대 수출품목 가운데 의류(1위), 신발(3위) 등 경공업 소비재가 수위를 차지했다. 영상기기와 음향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 완제품도 단순 조립품 수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진행돼온 중화학공업, IT산업 등에 대한 연구와 투자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부품과 각종 석유화학 제품, 휴대폰 등 IT기기, 자동차 및 부품, 고부가 선박 등이 수출 주역으로 부상했다. 단순 조립 완제품 비중이 줄어든 반면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핵심부품, 자본재 비중이 확대됐다. 이 품목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이미 달성했다. 상위 10개 품목 비중이 과거 50%대에서 최근 60%를 넘어서며 집중도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교역이 늘고 있는 분야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국가별로는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확대됐다.

 2000년만 해도 5대 5였던 신흥국과 선진국 수출 비중이 작년 7대 3으로 크게 벌어졌다. 재정위기로 유럽 등 선진국 수출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흥국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출기여도도 높아졌다.

 1970년대 경제성장률 10.2%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1.4%P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성장률 4.1% 가운데 수출 기여도가 3.3%P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60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월평균 500억달러가 넘는 규모다. 수입은 5655억달러, 무역흑자도 3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과학>

 어느 해보다 과학기술 뉴스가 주목받는 한해였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과학기술 정책·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비상설 자문기구에서 실질적 행정 권한을 가진 위원회로 격상됐다. 출범 후 국과위는 내년 국가R&D자금에 대한 배분·조정 작업을 진행하며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국과위는 과기계 최대 현안인 출연연 구조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최근 성공했다. 27개 출연연 가운데 19개를 국과위 소속 ‘국가연구개발원(가칭)’ 산하로 이관키로 하는 부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는 지난 2009년 7월 ‘고비용 저효율’이란 비판을 받아온 출연연을 개편하기 위해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가 구성된 지 2년 만이다.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초대형 국책사업도 올해 본격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 1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청원(오송·오창), 연기, 천안을 기능지구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논란이 돼 온 입지 선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어 과학벨트 구축계획 전만을 담은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구축작업에 돌입했다. 6년간 과학벨트 사업 예산만 5조17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센다이 앞바다에서 규모 9.0 초대형 지진은 국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전국이 방사능 피폭 우려로 들썩였다. 국내 원전 안전성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거울삼아 국내에서는 대통령 직속 상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새해 8월 우주강국 꿈을 실은 세 번째 ‘나로호’가 쏘아 올려 질 예정이다. 올해 정부는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원인을 둘러싼 한-러 간 지리한 공방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3차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 밖에 국회의원 의석 20%를 과기 전문가에게 배정하도록 정치권에 요구하는 등 과학기술계의 정치·사회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나선 것도 과기계의 주요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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