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남북경협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북한의 권력투쟁 심화여부에 따라 부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개성공단이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조용한 개성공단=현재 개성공단에는 123개 남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800여개 업체가 위탁가공 등의 형태로 대북사업을 펼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업체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를 전화로 확인해 보니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며 평소와 다름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아직 특별한 변화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은 평소 업무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의 권력 공백상태가 장기화되고 권력 투쟁이 본격화해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이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측의 개성공단에 대한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남북한 관계에 위기가 있었지만 개성공단은 남한 인력 상주 축소만 있었을 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비록 김 위원장 사망이 예전에 비해 큰 충격파이긴 하지만 개성공단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북한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징표라 이번 일도 양국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공단운영에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자원협력도 미궁 속으로=김정일 사망으로 그동안 진행해 온 남북 자원협력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북한과 직접 거래를 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산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은 러시아와 북한이 실무협의회를 구성하는 단계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산 PNG 도입사업은 최근 러시아 측에서 천연가스 이송용 파이프라인 건설과 관련 서울과 원산을 연결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에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북한과의 에너지 분야 협력 사업 중 최근 가장 진척을 많이 본 사업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언제 재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용래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은 “그동안 러시아산 PNG 도입을 위해 실무에서 협상을 계속해왔다”며 “지금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소식이 대한 상황을 파악 중이며 좀 더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원분야에서는 지난 2006년 시작된 정촌흑연광산 개발사업이 북한과 진행 중인 유일한 사업이다. 연간 3000톤의 흑연제품을 생산해 이 가운데 1830톤을 우리나라가 총 15년간 공급받기로 했지만 사업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3회 물량을 공급받는데 그쳤다. 더욱이 지난해 5.14 대북제재조치가 시행되면서 흑연제품 수입이 언제부터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자원개발 협력도 어렵게 진행돼 온 상태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 하겠지만 당분간 협력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석·유창선기자 dskim@etnews.com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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