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석유 업계 최대 화두는 가격 안정이다. 들썩이던 국제 유가는 1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눈여겨 본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한 마디는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리터당 100원 할인’, ‘알뜰주유소’로 이어졌다.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시장형태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 결과 정부정책과 실제 시장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가격TF는 대놓고 정유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터당 100원 할인은 정유사들이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제살 깎아먹기 대책이다.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시장 참여가 어디까지인가 의문을 갖게 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주변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올해 안에 내놓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반면에 정유사는 기존 고객인 자사 상표 주유소보다 싸게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유소들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정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지, 정유업계가 주유소 반대를 무릅쓰고 백기를 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스업계도 가격 때문에 힘든 한해를 보냈다. 연초보다는 연말이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도시가스 도매가격은 조금씩 오르는데 정작 소비자에게 팔 때는 지자체 눈치 때문에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 LPG 업계는 3분기부터 국제 가격이 안정을 찾기 시작해 제때 반영하지 못했던 가격 인상분을 최근 거의 회복했다.
자원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우리기업의 전략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공기업을 필두로 LG상사·삼성물산 같은 민간기업의 해외 기업 지분인수가 이어졌고 이를 통한 석유·가스 광물 분야 자주개발률 또한 꾸준히 상승한 한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브라질 광구개발을 위해 브라질 현지법인 보유 주식 전량을 24억달러에 매각하고 이를 자원개발 사업에 재투자한다고 밝히며 자원개발 역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의 희토류 생산·수출 제한이 올해도 언론 지상을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지난해 말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희토류 수출제한이라는 카드로 맞선 중국이 올해도 세계 희토류 가격을 쥐락펴락 했다. 이로 인해 미국·캐나다·호주 등 과거 희토류 생산을 중단했던 국가들이 다시 희토류 생산을 재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희소금속 자원 확보를 위한 리사이클링 사업 또한 양지로 올라섰다. 도시 광산으로 대변되는 금속 재활용 사업에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전문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창선·최호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