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게임을 개발하던 A사. 회사 개발진은 인터넷에서 당시 사용했던 유물과 유적지 등의 이미지를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이미지도 삼국시대 유물인지 명확치 않았다. 그러던 중 ‘공공저작물 신탁관리시스템(ALRIGHT)’을 알게 됐다. 시스템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신탁한 유물 이미지들이 다수 있었다. A회사는 필요한 이미지 수십 건을 골랐다. 구매 의사를 밝힌 개발진은 며칠 후 ‘저작물 이용을 허락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DB진흥원)은 이달 19일 공공저작물 유통시스템 ‘올라잇(ALRIGHT·www.alright.or.kr)’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DB진흥원을 공공저작물 신탁관리기관으로 지정한 데 이은 조치다. DB진흥원은 신탁관리기관 지정으로 공공문화콘텐츠를 포함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유형 저작물을 신탁·관리한다. 공공저작물 신탁관리 업무와 관련된 공공저작물 유통촉진, 연구조사, 공공저작권 관리를 위한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펼치게 됐다. DB진흥원측은 “저작물을 신탁관리 기관에 신탁하면 법률적으로 저작물 저작권은 신탁기관에 이전된다”며 “저작물의 제공자인 공공기관을 대신해 저작물을 민간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이에 따른 이용료를 징수해 해당 공공기관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공공저작물 신청 후 사용 가능=지식기반 사회로 전환하면서 저작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상품 가치가 물리적 생산활동보다는 창의성·감성 등 지식활동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서다. 개인 아이디어가 이들 저작물과 결합해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계기가 된 것은 스마트기기 등장이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 창출 필요성이 증대됐다. 자연스럽게 공공저작물 수요가 늘었다. 공개된 공공저작물 활용 수요는 2006년 21%에서 2008년 41.7%, 2010년에는 51.6%로 급증했다.
정부는 공공저작물을 지속적으로 공개한다. 또, 이들의 활성화 방안도 내놓는다.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공저작물에 대해서는 자유이용허락표시인 ‘한국공개정부라이선스(KOGL)’ 마크를 붙여 민간에 공개한다. KOGL 마크가 부착된 저작물은 마크 유형별 허락범위내에서 저작권자 또는 정부 허락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KOGL 마크 개발은 완료했고, 조만간 시범 적용한다. 자유로운 이용 허락이 힘든 저작물 경우 ‘신탁’해 민간이 활용하도록 한다. DB진흥원이 신탁관리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저작권을 보유한 공공기관은 저작권 관리 부담을 덜게 됐고, 민간에서는 기관 접촉 없이 다양한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올라잇 시스템 개발=앞으로 공개될 공공저작물 수는 크게 늘어난다. 세계적으로 정부가 보유한 공공저작물을 공개해 이를 민간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민간이 저작물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현재 저작물 검색기능, 분류체계 및 저작물 메타데이터 품질 등은 미흡하다. 결제 기능 또한 갖춰져 있지 않다. 따라서 공공저작권의 신탁에서부터 이용허락, 유통업무를 한 번에 처리해 사용자와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결과물이 ALRIGHT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저작물이 체계적으로 분류돼, 유형별·신탁기관별 검색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된다. 저작물명, 저작자, 형태, 파일형식 등과 함께 권리정보 및 미리보기 등의 기능이 있다. 신탁계약을 체결한 공공기관 서버와 연계해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로그인을 통해 저작물 이용현황 및 판매내역 등을 볼 수도 있다. 유료 저작물 경우 이용 범위에 따라 사용료가 자동 산출된다.
◇시스템 어떻게 이용하나=공공저작물 이용을 원하면 ALRIGHT 시스템에 접속 후 저작물을 검색해 이용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시 사용용도를 선택해야 하며, 유료 저작물은 사용용도를 선택시 사용료를 확인할 수 있다. 용도 선택 후 ‘공공저작물 이용계약 약관’에 동의하면 이용할 수 있다. 신청 후 한국DB진흥원은 용도가 적법한지를 검토한다. 공공저작물에 대한 사용용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DB진흥원은 이용을 허락한다. 사용자는 이용 허락을 받은 후 다시 ALRIGHT시스템에서 사용료를 결제 후 저작물을 내려 받아 이용하면 된다.
공공기관은 보유 저작물을 DB진흥원에 신탁할 수 있다. 계약 체결 시 ‘자유이용’ 조건 경우, 협의과정을 밟는다. 계약기간은 5년이다. 만약 자유이용에 관한 협의를 하지 않을 경우 ‘공공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에 의해 사용료를 징수한다. DB진흥원은 신탁된 공공저작물을 ALRIGHT시스템에 올린다. 사용실적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며,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저작물 침해 대응 기능도 한다.
<미니박스>민간 디지털저작권 신탁관리는
민간저작물을 취급하는 저작권 신탁관리업체와 대리중개업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허가와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 분야별로 여러 신탁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요 단체를 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998년부터 음악저작권에 관한 신탁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는 7978명(2008년 기준)이다. 문화·학술·예술 등 저작물 신탁관리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맡고 있다. 저작물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 신탁 저작물에 대한 침해조사 및 민형사상 법률구제 업무도 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영화온라인 저작권에 관한 신탁관리 업무를 한다. 한국영상산업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각각 영상저작물과 디지털뉴스저작물 신탁관리를 담당한다. 한국음악실연자협회는 판매용 음반의 방송사용보상금과 디지털음성송신보상금을 관리하고,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MP3플레이어 등 IT기기에 대한 저작권 보호 업무를 맡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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