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융합산업 활성화와 우리 기업의 융합산업 진로 모색을 위한 ‘산업융합 연중기획’ 결산 좌담회를 마련했다. 정부와 기업, 학계, 민간 전문가들이 두루 참석한 좌담회는 19일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참석자>
△양현미:KT 전무·통합고객전략본부장(금융통신융합전략 담당)
△이원부:동국대 경영대학 교수·융합학회 부회장
△차동형: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국장)
△최만범:한국산업융합협회 상근부회장
△황을문:서린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가전유통팀장
※가나다순
◇사회=오늘 자리는 전자신문과 한국융합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기획 ‘One for All-융합시대가 온다’ 결산 자리다. 올해 융합산업 촉진법이 생겼고 시행령도 가동해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개선점이나 발전방향을 자연스럽게 말해 달라.
◇최만범 한국산업융합협회 상근부회장=융합산업 촉진법이 4월 최종 공포됐고 시행령은 10월 6일 시행됐다. 국내 융합산업은 외국과 비교해 60~80% 수준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일본과 유럽연합(EU)은 2006년 시작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가 10년이나 늦게 출발한 셈이다.
솔직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융합 제품이나 기술이 인증을 못 받아 출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사례 62개를 모아 정부에 적합성 인증을 건의했다.
시행령이 시작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촉진법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시행령 내용이 뭔지도 모른다. 광주에서 설명회를 열었는데 내용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 단기간 확산은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융합산업 촉진법을 알리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융합산업은 성공사례가 많지 않아 민간 기업은 아직 이를 잘 모른다. 결국 융합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공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분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부족하다.
자신을 버리고 참여할 수 있는 융합 마인드,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융합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융합의 주역은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 융합을 하지 않고 융합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차동형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정부나 업계 모두 자기중심주의가 강하다. 삼성이 자동차용 반도체 하고 싶어 하지만 현대자동차와의 관계 때문에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전공을 두 개 해야 한다. 반도체 하는 사람은 자동차를 모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반도체학과에 가면 반도체가 어디에 쓰일 것인지를 공부하는 융합 학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산업융합특성화 대학원을 만들려고 검토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도움이 있다면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 나노, 바이오 등을 이 대학원에 포함시키려고 구상 중이다.
◇최만범=융합에 대한 업계 인식이 부족하다. 재직자 대상으로 산업융합 교육을 해야 한다. 조선과 IT의 협력이 좋은 예다. 양쪽에 왜 융합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알려줘야 한다.
산업융합협회는 새해 3월부터 이런 교육을 실행하려고 프로그램 짜고 있다. 전문가들이 나서서 재직자들에게 산업융합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
경영자들도 산업융합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CEO 대상 산업융합 과정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대 자연과학대와 산업융합 전략과정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황을문:서린바이오사이언스 대표=융합산업 필요성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시행령이 실행되니 큰 힘이 될 것 같다. 바이오에서는 IT와 BT가 만나고 NT까지 융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촉진법에 대해 우리가 체계적으로 알지 못하는 건 문제다.
◇양현미 KT 전무·통합고객전략본부장=KT에서 금융통신융합사업을 맡고 있다. 업계가 융합을 받아들이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영역 침범을 두려워한다. 금융이 대표적 사례다. 모바일 결제가 2002년에 이미 나왔고 휴대폰 뱅킹도 나왔으나 실패했다. 서로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해 소극적으로 나온 결과다.
통신과 금융은 정부 규제를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이다. 규제 기관이 자기가 맡은 산업만 잘 되게 정책 만들고 보호한다. 정책 당국 자체가 융합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차동형=공감한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 원격검침을 한다고 하면 일자리 등 복합적 문제가 생긴다. 금융과 통신이 융합하려고 하면 금융당국에서 규제가 많은 편이다. 멀리 보면 다 풀어야 할 것들이다. 시간이 걸리면 해결되리라 본다.
◇사회=‘1+1=2’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아직은 융합했을 때 부가가치가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 뺏긴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융합의 부가가치는 무엇이 있는가.
◇최만범=인터넷뱅킹을 예로 들어보자. 이를 활용하면 은행 안 가도 일을 볼 수 있다. 부가 시간이 생기고 이 시간 활용해 다른 산업이 생길 수 있다. 융합은 분명히 이득이 있다.
주도권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주도권, 부처 간 주도권도 심각한 문제다. 수처리 산업 하나만 봐도 환경부, 지경부, 방통위, 국토부에 걸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융합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황을문=필요에 의해 융합 하면 경쟁에 뒤처진다. 창의적 인재가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융합 인식도 필요하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를 동시에 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양성해야 한다.
◇양현미=우리나라는 기업 간, 산업 간 인력교류가 정말 안 된다. 대기업 들어가면 평생직장으로 그 회사에만 있다. 정년퇴직 때까지 한 회사에만 근무한다. 양쪽을 다 알아야 융합이 가능하다. 지금 형태로는 융합은 불가능하다. 나는 금융계에 있다가 통신 업계에 있다. 이런 것들이 대기업에서 ‘충성심이 없다’로 매도된다. 정부에서 인력교류를 자극하는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언론도 부추겨 달라.
◇차동형=정부도 인력 문제에 신경 쓰고 있다. 예전에 반도체를 담당할 때 관련 협회에는 반도체를 하는 사람만 있었다. 자동차 회사도 반도체협회 회원사로 들어와야 한다. 융합 시대에는 수직계열화가 아니라 밸류 체인별로 사람이 모여야 한다.
◇사회=교수님이 연구를 많이 하고 사람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이원부=지금까지 우리는 푸시(Push) 사고방식에 젖어 있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시장에 밀어내려고 한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만 밀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전화기가 다른 것도 되게 했다. 이건 풀(Pull) 사고다. 고객이 기업을 끌고 가는 것이다. 결국 시장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오픈 리노베이션이다.
융합을 반드시 하이테크로 볼 필요는 없다. 글로벌로 시각을 넓히면 우리나라에서 밀려난 기술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로운 것일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융합해 시장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양현미=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시장을 만들지 못한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만들면서 세계 1인 개발자들이 상품을 세계에 팔 수 있는 장터가 생긴 게 좋은 예다. 애플이라는 대기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원부=양 전무 말도 맞지만 대기업은 느리다. 융합은 빨라야 한다. 중소기업은 왜 을이 되고 파트너만 돼야 하나. 융합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 융합 생태계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태계가 있을 것이다.
◇최만범=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역할이 다르다. 대기업 관계사가 수십만개인데 이들이 다 융합해야 한다. 선도는 대기업이 해야 한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융합은 기본적으로 협업이다. 협업은 내 것을 내놓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내놓지 않는다. 판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정부인데 이제 정부가 판을 만들어줬다.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산업융합 정책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이 판 안에서 대중소기업이 모여서 융합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양현미=산업융합협회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국내는 소비 시장이 좁다. 포화상태고 성장 정체기다. 글로벌로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기존 산업만 가지고 나가기는 어렵다. 융합 산업을 들고 나가야 한다. 세계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다. 정부 차원에서 협회를 강력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황을문=우리 회사에서는 R&D라는 말을 안 쓴 지 오래됐다. 이제 C&D, 즉 ‘Connect & Development’다. 커넥트는 곧 융합을 뜻한다. 기술개발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융합하는 게 빠르다.
◇차동형=지금 산업발전법이라고 있는데 이 법에서는 산업발전 핵심 경쟁력을 제품 개발, 즉 R&D로 봤다. 공급자 위주다. 융합 촉진법은 시장의 다양한 융합 수요를 파악해 빨리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법이 시장 중심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초기지만 10년 지나서 평가하면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양현미=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기술표준이 생겨야 한다. KS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GS)로 가야 한다. 세계와 교류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꾸 KS만 만들려고 한다.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차동형=전국체전 안 나가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는 원천기술이 없으면 어렵다. 국제 시장에서 통용이 안 된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최만범=우리는 원천기술이 약하기 때문에 융합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응용기술 쪽에도 예산 분배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응용기술만 놓고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앞섰다. 미국에는 진공청소기만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청소기에 스팀 기능까지 있다. 융합기술로는 선진시장 점령할 수 있다.
◇사회=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경부 새해 구상은 무엇인가.
◇차동형=내년 1분기에 각계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국가융합산업발전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산업융합지원센터도 지을 계획이다. 융합산업 관련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옴부즈만 제도도 만드는 중이다. 70억원 정도 예산도 확보했다.
◇사회=부족한 점 있으면 말씀해 달라.
◇이원복=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시장 만들 역량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기술을 가진 것과 사용화하는 것은 다르다.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상용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시장조사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 융합의 비즈니스 기회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최만범=타 산업 협회와 교류가 잘 안 된다. 산업융합 협의체를 내년 초 만들 생각이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아우르고 IT부터 문학예술 분야까지 묶어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판을 만들어 융합에 관한 일을 심도 있게 이야기해볼 것이다.
융합 기술을 개발하거나 상업화하면 금융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정리=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