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융복합 소재부품 기술력 키워야

 이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는 구분이 없다. 전통적인 업종 구분도 의미가 없다. 아니 영역을 강조해서는 새로움을 선도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지능과 감성이 제품에 녹아들기 시작한 게 오래이고, 특히 제조업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융복합화 추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이 제조업 선도국의 반열에 올라선 사실은 불과 십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해외 선진국들이 수백년에 걸쳐 일궈낸 성과였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재부품 산업이 있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며 만들어 낸 성과는 지금까지였다. 바로 다가올 신시장, 융복합 소재부품 산업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탄소섬유, 임계성능 융복합 소재, 다기능 융복합 소재, 생체 친화형 융복합 소재 등 차세대 융복합 소재 시장이 단적인 예다. 융복합 소재 산업은 최종 생산품 기준 지난 2008년에만 약 600억유로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오는 2013년이면 이보다 30% 이상 급증한 8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복합 소재 산업 주요 시장은 북미·유럽 등이었고, 최근 중국·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 시장에서는 범용 소재부품 생산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에 탄소섬유소재 등 고부가 핵심 소재는 여전히 소수 선진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산업용 고분자 수지는 기술·양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에너지·항공 등 첨단 소재는 거의 전량 수입한다. 국내에도 복합소재 기업들이 있다곤 하나 대부분 탄소섬유를 수입해 중간재나 복합소재를 생산하는 저부가가치형 산업 구조다. 거대 수요 기업들은 있지만 일부 대기업군을 제외하면 소재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기업은 극히 드물다. 특히 의료기기를 포함한 생체 친화형 융복합 소재는 이미 국내 시장 규모만 5000억원에 이르는데 국산화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08년 기준 탄소 섬유 시장에 효성이 신규 진출했지만 국산화율은 5%, 도레이·미쓰비시 등 선진 기업 대비 기술 수준은 50%에 불과하다. 다기능 융복합소재 시장도 LG화학·제일모직·SKC 등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역시 기술력은 스미토모·GE·듀폰 등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융복합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 산업군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대 수요 기업 및 대중소 소재부품 기업을 아우르는 산업 공급망 전반과 학계·연구소가 개발력을 결집하는 일은 그 전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