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기술한국, 도전은 계속돼야…소프트 경쟁력 갈 길 멀다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OS였다. 2011년 IDF에서 인텔과 구글이 협력을 발표하면서 비로서 인텔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앤디 루빈(왼쪽) 구글 부사장과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OS였다. 2011년 IDF에서 인텔과 구글이 협력을 발표하면서 비로서 인텔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앤디 루빈(왼쪽) 구글 부사장과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

 스마트 라이프 혁명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 이 스마트폰 기능 하나하나에는 수 많은 원천기술이 숨어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다보니 핵심 기술의 가치는 높아지고 특허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도 원천 기술이 부족한 탓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 업체들에 되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업계의 발목을 잡은 분야는 소프트웨어(SW)나 통신방식, 유저인터페이스(UI) 등에 관련된 기술이다. 결국 소프트 경쟁력이 스마트 시대를 맞은 지금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크로스라이선스를 맺은 게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MS에 로열티를 지급키로 했다. MS는 그동안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 자사 이메일 송신기술 등의 특허가 포함돼 있다며,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로열티를 요구해 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한 대당 지불해야 할 로열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HTC가 내는 5달러보다 낮은 3~4달러 대로 추정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가 공짜라고 생각했던 단말기 기업들에게 SW에서도 ‘원천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OS 관련 기술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현재 안드로이드가 자바 SW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스마트폰 특허 소송전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휴대폰 기업들은 특허 확보에 발벗고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MS, 림(RIM), 소니, EMC 등과 공동으로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기업인 노텔이 보유한 통신기술 특허 6000여건을 매입했다. 금액은 무려 45억달러에 이른다. 경매된 노텔의 특허는 데이터 네트워킹, 광통신, 음성통신, 인터넷, 4세대 이동통신 등 통신 전반에 걸친 기술들이다. 애플과 MS 등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들은 노텔 특허 매입을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통신 기술력을 강화했다. 이들이 노텔 특허 인수를 통해 강화한 기술력은 향후에는 한국 기업들을 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당장 애플과 특허 소송 중인 삼성전자에게 작지 않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도 SW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OS와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등 플랫폼 분야의 핵심 SW 기술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도 OS 때문이다. 그만큼 OS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나마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가 국내 스마트폰의 한줄기 빛으로 떠올랐지만 이 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체제로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더 이상 HW 경쟁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은 특정업체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운용체계를 사용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는 멀티 OS 전략이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바다’라는 자체 OS를 키우면서 안드로이드 이후에 대한 비상책을 마련해 놓았다. 아직 안드로이드와 경쟁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인텔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다른 제조사들과 함께 인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미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리눅스파운데이션과 힘을 합쳐 공동 모바일 OS ‘타이젠’을 개발키로 했다.

 당장 눈 앞에 제시된 기술 경쟁력도 문제지만, 클라우드·NFC·UI 등 앞으로 등장할 기술 변화에 대한 채비도 시급하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에 한 발짝 다가왔다. 지금보다 몇 배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장하는 4G 서비스가 확산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스마트폰 혁명을 불러일으킬 근거리통신(NFC)도 새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결제 시스템을 개혁해 보다 편리한 스마트라이프를 구현할 NFC 역시 NXP를 비롯한 몇 개 회사들이 원천 기술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NFC가 활성화되면 결제 후 종이영수증을 발급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검색했던 상품을 즉시 결제할 수도 있다. 주차장에서는 번거로운 정산 절차를 줄일 수도 있다.

 UI 혁신을 통해 지금보다 더 스마트해진 스마트기기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터치 일색인 UI를 음성이나 문자인식, 동작인식 등의 인식 기술을 접목한 UI로 바꾸려는 것이다. 퀄컴은 증강현실을 비롯한 정확인식 기술을, 인텔 역시 다양한 인식기술을 미래 핵심 기술로 보고 개발 중이다. 음성인식 UI ‘시리’를 선보인 애플은 UI 특허만 4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UI 관련 특허는 국내 업체는 경쟁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삼성전자가 1인 개발자나 중소기업 개발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바다` 개발자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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