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뜰주유소, 알뜰하지 않은 이유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알뜰주유소 1호점을 찾았다. 29일 개점 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그냥 봐서는 에쓰오일 주유소 개선 공사다. 플래카드 하나 걸려 있지 않다. 정부가 워낙 보안을 강조한 탓이다. 덕분에 상표가 19일 결정됐다. 시공업체가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알뜰주유소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었을 때 소비자의 반응이 궁금하다. 잔뜩 기대감을 갖게 해놓고 정작 생각보다 싸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공급가격이 정부 예상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이들 정유사가 평균 공급가격보다 리터당 35원 정도 낮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농협주유소 수준이다. 셀프주유기를 갖다 놓기는 하지만 정작 공급가격을 제대로 낮추지 못했다.

 셀프주유기 가격도 문제다. 일반 주유기가 700~800만원 선인 반면에 셀프주유기는 3000만원을 호가한다. 한 주유소에 넉 대만 설치해도 차액이 1억원에 달한다. 아르바이트 주유원 2명 쓰는 것과 비교해 어느 것이 경제적이라고 딱히 말할 수 없다.

 차라리 정유사 상표를 달고 영업하는 주유소가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몫 좋은 주유소는 정유사에서 주유기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정작 가격을 낮춘다 해도 알뜰주유소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저렴한 주유소를 운영 중이다. SK에너지 주유소는 셀프주유소라 인근 지역보다 값이 싸다. 현대오일뱅크는 셀프주유기는 없지만 저렴한 편이다. 세 주유소 모두 땅 값은 비슷하다. 경쟁이 불가피하다. 알뜰주유소가 이들 주유소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뜰주유소 1호점은 개인이 인수했다. 정부 지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윤이 보장돼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알뜰주유소지만 문을 열기 전부터 말이 많다. 가격이 생각보다 싸지 않고 정유사나 주유소, 소비자 누구도 크게 환영하지 않는다. 알뜰주유소 1호점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다. 제2, 제3의 알뜰주유소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1호점이 마중물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