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에 10조원 이상을 썼고, 올해 투자액은 이를 넘어선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D 투자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SW) 개발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4조70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5년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혁신 기술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청년 인재 양성 및 기술 개발’에 120억원을 투입한다. 국내 SW 기업에서 이같은 대대적인 투자는 처음이다.
유럽 국가의 채무 위기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경제 불안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각종 시장 조사기관에서도 시장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표 기업들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이 전략의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 격차의 판단 기준은 결국 ‘기술력’이다. 마케팅 능력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지만 기술력 싸움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중요성, 공감 ‘100%’=핵심 기술 즉,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강조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삼성, LG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도 기술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기술 개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특허 등록까지 알차게 준비 중인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2008년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소스가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스마트 셋톱박스를 개발했던 이노디지털(대표 김인기)은 설립 3년 만에 특허 출원을 40여건 이상 진행했다. 이중 절반은 이미 등록됐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될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인기 이노디지털 대표는 “예전 회사에서 원천 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면서 “창업 이후 아무리 힘든 시기가 오더라도 기술 개발투자 비용을 줄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것만큼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까지도 기술력 확보와 함께 특허 등록은 일순위 업무로 추진하고 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과 애플의 글로벌 ‘특허전’은 원천기술에 대한 인지 제고에 더욱 불을 지폈다.
정부 차원에서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IT분야 기술 개발에는 2008년부터 매년 18% 이상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2011년 IT분야에서만 2조500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융합’시대 대비 원천기술 확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 응용 기술 개발에 치우쳐 시장을 리드하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원천기술이 없으면 응용분야와 상용화 분야에서 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성숙한 기존 기술 영역에서 원천기술 확보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 차별화를 기한다면 원천기술 확보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천기술은 말그대로 ‘오리지널’ 기술을 일컫는다. 주로 독창성과 신규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때문에 접근 방식에 차이점이 있다거나 처음 시도된 방식이라면 원천기술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원천기술을 조금 더 쉽게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술 선점을 먼저 하는 것이다. 최근 IT 업계는 클라우드 컴퓨팅, 센서 네트워크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 기술 선점을 한다면 기회는 많다.
KT는 신규 사업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기술 개발 결과물은 모두 특허 출원했다.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국내외 시장확대 및 차별화 전략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기초 연구,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비록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응용기술에 대한 연구 성과와 차별화된 평가 기준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정부도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기초 연구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융합 시대에 맞춰 협동연구 과제는 물론이고 국제공동연구의 참여율도 높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구글X’라는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별도 조직으로,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이 연구소에 관여하고 있다. 구글의 이같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연구소가 단순히 SW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 로봇 등 각 분야 공학 박사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시대 흐름에 대비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선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구글의 움직임에서 우리는 일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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