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불확실성의 시대, 신인재가 세상을 이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인재채용 행사에서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이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인재채용 행사에서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이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그의 업적 외에도 시대가 요구하는 신인재상을 다시한번 세상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기술적인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 예술적 감각 등을 두루 갖춘 하이브리드형, 통섭형 인재상이다.

 지난해 그의 죽음 이후 우리나라 정치권과 학계, 기업들도 앞다퉈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창조적인 사고로 무장한 신인재가 세상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절실함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이 시점에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두루 갖춘 신인재 양성이 중요해졌다. 이 시대가 원하는 신인재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하지 않았던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틀을 거부하라=신인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다. 복잡다단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기존 틀안에만 머무는 사람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 분야에서 ‘기술’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 기술을 토대로 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 개발에 있어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수인데, 이것을 이끌어낼 수 있으려면 인문학적, 자연과학적 지식의 탐구는 필수다.

 더욱이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일생동안 적게는 2~3번, 많게는 그 이상 직종을 갈아타고 새로운 업무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새 직장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지금 신인재 확보 전쟁 중=첫눈이 내리던 지난해 12월 초 가전업체인 대우일렉 이성 사장과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장님이 직접 들려주신 업무 노하우와 마음가짐 등은 앞으로 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귀중한 조언이었습니다.”(김강휘 영업기획팀 인턴사원)

 “자신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이예택 해외기획팀 인턴사원)

 이날 CEO와의 간담회에서 이성 사장은 “모험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 항상 틀 안에 갇히면 그 틀이 무너지는 날 함께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신입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지금 신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룹사 회장과 CEO들이 직접 인재를 찾아 국내외 대학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 이후 구본무 LG회장은 17년째 이 행사 발대식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세계 최고를 향해 도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

 LG 관계자는 “17년간 구 회장이 한번도 빠짐없이 이 행사에 참석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명한 것은 젊은 인재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의식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인재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 내 부서별로도 컨버전스와 통섭이 부쩍 중요해지면서 이것이 부서 형태와 인재 채용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이를 가장 잘 반영한 조직이다. 철학, 어문학, 사회학, 동양사학 등 다양한 분야 인문학 전공자가 포진해 디자인, 기술 인력과 협업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에서도 조기 인재 양성=입시교육의 틀이 견고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정관념을 깬 형태의 신인재 양성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은 개인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기르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 대학에서 융합형, 창초적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 미래융합기술연구소 이기태 소장은 지난 3월 개소식에서 “다양한 분야 통섭능력을 지닌 ‘다빈치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기존 연구소가 시도하지 않았던 교육방식으로 세계 최고 명품 IT 인재를 길러낼 것”을 강조했다.

 새해 3월 ‘창의IT융합공학과’ 개설을 앞둔 포스텍 아이랩도 기존 교육방식을 거부하고 교수와 학생의 1 대 1 맞춤교육, 자기주도식 교육, 1학년 인문학 소양 교육 등을 채택했다.

 초중고에서도 직접 현장을 찾아 체험하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릴때부터 창의적, 통섭형 인재를 길러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m

지난해 11월 구본무 LG 회장이 `LG글로벌챌린저` 시상식에서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4학년 심진 학생에게 LG입사 자격증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1월 구본무 LG 회장이 `LG글로벌챌린저` 시상식에서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4학년 심진 학생에게 LG입사 자격증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대우일렉 이성 사장인 신임 인턴사원들과 지난달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우일렉 이성 사장인 신임 인턴사원들과 지난달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