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발전소, ICT코리아.’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전자신문은 올해 화두를 ‘감동발전소, ICT코리아’로 삼았다.
‘감동’을 국어사전에서는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이라 설명한다. 논리와 분석으로 이성적인 이해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성을 자극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 감동이다.
지난 몇 년간 세계 소비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감동에 매료됐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그동안 ‘스펙’만 중시하던 ICT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 디자인과 소비자 친화적 기능, 직관적 사용자환경(UI)에 이르기까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핵심요소에 집중했다. 스펙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에 한정했다. 그 결과 애플 제품들은 소비자에게 감성을 자극하는 감동을 주며 신화의 경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스티브 잡스의 극적인 퇴장으로 그와 애플이 준 감동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ICT업계에서 급격한 파워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과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발언은 소프트파워가 향후 ICT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고 삼성도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2012년은 감동을 주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ICT업계도 국민과 소비자에 감동을 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감동은 기본을 제대로 다졌을 때 전해진다. 2012년은 ICT코리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새해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파워 이동의 해다. 정부 부처 개편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4년간 ICT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로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해체해 부처를 통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혁명에 정책적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과학기술 거버넌스체제 마련과 출연연 개편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 등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도도한 스마트 혁명 물결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이슈에 파묻혀 과학기술 정책이 퇴색하면서 방향타를 잃어 버렸다. 지식경제부는 SW 등 ICT 진흥업무를 이관받았지만 ‘ICT는 지경부의 많은 업무 중 하나’라는 인식이 팽배해 ICT는 서자 취급을 받았다.
따라서 새해에는 거버넌스체제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거버넌스체제는 산업과 시장 패러다임이 소프트파워로 변한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하루 빨리 좀 더 효율적인 거버넌스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동을 만들어내려면 시대 변화에 맞게 무장한 신인재도 필요하다. 신인재는 기술적인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 예술적 감각 등을 두루 갖춘 융합형, 통섭형 인재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하지 않았던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려면 화려한 하드웨어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아이디어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인문학적, 자연과학적 지식 탐구와 결합에서 잉태된다. 결국 다양한 학문적 소양이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 갖춰야 할 요소다. 그런 측면에서 회사와 대학은 신인재 양성에 매진할 이유가 있다.
감동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을 갖추지 않는 제품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ICT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은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한국 ICT가 리더십을 가지려면 시장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꾸준히 갖춰야 한다. 21세기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을 가진 자가 미래를 계속 주도하게 될 것이다. 원천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한국은 응용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천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감동을 주는 ICT코리아는 대기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하다. 자극제는 바로 스타트업(Start Up)과 벤처정신이다. 한국의 ICT는 과거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토양으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창업 열기가 식으면서 미래 성장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창업열기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자금 젖줄인 엔젤투자 활성화와 자금 회수 시장인 코스닥과 M&A 등 활성화, 전폭적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스타트업과 벤처를 바탕으로 한국 ICT가 지속 발전할 수 있다.
2012년은 한국 ICT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ICT업계는 변화요구에 발맞춰 전방위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혁신의 힘은 바로 ‘감동’이다. 2012년 세계는 감동발전소가 될 한국 ICT에 주목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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