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ICT 거버넌스 개편 역사

 우리나라 정부 ICT 거버넌스는 정권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하며 때로는 발전을, 때로는 퇴보를 경험했다.

 정부 내 ICT 전담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지난 1984년 청와대 산하에 국가기간전산망조정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위원회는 1987년 부총리급 중앙 부처를 신설하고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하는 등 국가전산화추진체계 방안을 제시했다.

 2년 뒤 위원회가 청와대에서 체신부로 이관되면서 체신부는 국내 IT정책 기관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체신부는 1990년 정보통신국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ICT 진흥 업무를 수행했다.

 지금도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IT 담당 인사들을 만나보면 옛 정통부를 거슬러 옛 체신부 선배들을 화제로 꺼내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체신부는 김영삼 정부 시절 1994년 정보통신부로 바뀌었다. 이후 정통부는 ICT 산업을 주관하는 총괄부처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IT코리아’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정통부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애초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전부터 정통부에 방송위원회를 1대 1로 결합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구상은 정권 교체 국면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는 IT산업 진흥 기능을 지경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IT산업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각 산업으로 녹여내는 융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통부 모델은 IT산업 개도국 단계에 필요한 것이었다는 게 현 정부의 결론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술 융합과 신산업 출현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통부 해체 이유로 거론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통부의 IT산업 진흥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흡수됐다. 콘텐츠 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로, 국가 정보화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재배치됐다.

 지식경제부는 기존 산업자원부에 더해 거대 부처로 거듭났다. 대신 정통부는 기존 통신 규제 기능에 방송위원회를 결합해 방송통신위원회로 재탄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