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갖다 놓은 게 잘못이다. 임무와 기능을 재조정하고 정부조직도 한번 손을 보도록 권고해 달라(홍사덕 의원·한나라당)”
“정보기술(IT) 업계 추락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통신·방송통신 융합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는 것이다(박영선 의원·민주당)”
정부 정보통신기술(ICT) 개편 지적은 현 정부 들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지난해에는 여야 구분 없이 범 정부 ICT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차기 정부에서 조직 개편은 필요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방법이다. 옛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흩어진 ICT 조직을 어떤 형태로 묶어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구성원들의 행로를 결정짓는 조직개편의 특성상 부처별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자칫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도 있다. 이해관계를 떠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범 정부 ICT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CT 거버넌스 개편’ 한 목소리=현 정권 초기 물밑에서 제기되던 ICT 조직 개편 목소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공론화 됐다. 야당을 비롯해 관련 협단체에서도 저마다 바람직한 ICT 거버넌스 구축을 목적으로 다양한 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ICT 정책을 총괄하는 ‘(가칭)정보미디어부’ 신설을 포함한 ICT 거버넌스 개편안을 당론으로 발표했다. 정보·방송통신 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독임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창조한국당은 10월 방송통신위원회를 규제 기능에 특화한 독립규제위원회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방통위 진흥기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부처별로 분산된 ICT산업 진흥 기능 효율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전문가 단체도 ICT 거버넌스 개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지난달 ICT와 과학기술을 각각 전담하는 독임제 부처 신설을 주장했다.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ICT 거버넌스 개편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차기 정부 출범시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인정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이밖에 차기 대권을 노린 예비 후보자 캠프도 저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ICT 거버넌스 개편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균형 상실한 ICT 거버넌스=산업 현장에서 현 ICT 거버넌스에 관해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균형 잡히지 않은 정책과 조직이다.
당초 방통위는 옛 정보통신부 통신 부문에 방송까지 포함하면서 방통 융합시대에 걸맞은 정책기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종합편성채널, 수신료 인상 같은 방송 관련 정치적 이슈에 역량을 소모하면서 융합 ICT 지원 기능은 약화됐다. 방통위를 ‘방송중심위원회’라고 부르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 됐다.
지식경제부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거대 산업부처로서 ICT를 타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ICT는 지경부 소관업무의 하나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를 통해 ICT 관련 실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과 추진방침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와 지경부 모두 ICT에 관해 리더십을 갖지 못하면서 국내 ICT 정책마저 겉도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차기 거버넌스 준비 서둘러야=전문가들은 현 ICT 거버넌스를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과 충분한 연구 분석을 거쳐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다양한 의견교환 과정을 거쳐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지난 조직개편처럼 인수위의 일방통행식 개편으로는 또 한번의 실패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현 ICT 산업 위기는 단순히 ‘컨트롤타워’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ICT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과 조직 역량을 갖추지 못한 탓”이라며 “부처간 이해관계를 떠나 융합·소프트웨어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답습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옛 정통부 출신 인사는 “ICT 거버넌스 개편이 특정 부처를 부활하는 형태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지난 수년 동안의 과오를 경험삼아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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