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스타트업 현장, "28살 CEO의 꿈" 청년창업사관학교에 가다

안산에 위치한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경
안산에 위치한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전경

 ‘청년의 꿈, 땀 그리고 뜀.’

 연수원 건물 외벽을 가린 커다란 플랙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3월 문을 열고 첫 겨울을 맞는 경기도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 이제 막 첫 걸음을 한 새내기 CEO 들이 영하의 날씨를 열정으로 녹이며 퇴교 준비에 한창이다.

 “제대로 된 창업 지원은 제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것이죠. 제품이야 안 팔릴 수 있는데 안목이 있는 CEO는 실패를 이겨내고 다른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CEO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관계자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기술 보다 인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적격한 사람이라 판단되면 한 사람의 예비 CEO가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는 청년창업사관학교다. 교육부터 7000만~1억원 상당의 자금 지원, 각종 전시회 참가를 포함하는 마케팅까지 원스톱이다. 교육과 함께 사무 공간이 제공되며 개발과 디자인을 맡아 해주는 인력과 시험 생산 설비까지 갖췄다.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앞둔 이곳엔 작년 3월 입교한 241명의 예비 CEO들 가운데 약 130명 CEO들이 졸업을 앞두고 남아 있었다. 이 가운데 60여명은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했다.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워야=세 번이나 창업에 실패한 CEO도 교수로 초빙한다는 이곳의 교육은 특별하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기술자가 되기보단 시장이 바뀌어도 능동적으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진 CEO가 육성돼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최창호 중진공 이사는 “창업자들은 연구개발보다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월 입교생인 서울대 출신 청년 공학도였던 남일우 누리콘 대표를 비롯해 아이디어로 승부를 낸 아줌마 CEO,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28세 CEO 등 출신도 다양한 이들은 이미 ‘억’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갖고 있던 이들은 이곳에서 CEO의 꿈을 현실로 빚어냈다.

 이날 사무실을 지키던 남 대표는 “보다 사용하기 쉽고 단순한 구조의 시스템을 개발해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남 대표는 이곳 사무실 한 켠에 24대 LCD를 설치하고 24시간 테스트를 실시, 실시간 영상 통합관제 시스템을 개발해냈고 한국도로공사·경찰청 등 기관에 납품이 잇따르면서 작년만 3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인을 하던 곽미나 라비또 대표는 직접 디자인한 아이폰용 휴대폰 케이스를 제작해 유럽 등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DDoS와 좀비PC를 위한 방어 시스템을 개발한 엔피코어도 공공기관 납품에 성공했다.

 아이디어를 무기로 한 해외시장 진출 성과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을 연동한 차량용 룸미러 블랙박스를 선보인 아이테크코리아는 작년에 이미 14개국에 샘플 오더를 받아 10억원 이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희귀 유전자 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한 진스랩은 말레이시아 유전자진단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입교생들은 세계 3대 발명전시회로 꼽히는 독일 국제발명전시회에서 15개 상을 휩쓸면서 세계에서 통하는 아이디어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혹독한 교육으로 ‘경영 감각’ 충전=“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창업했던 아이템이 아닌 다른 아이템으로 현재 승부를 내고 있는 것처럼 기회가 왔을 때마다 최고의 제품을 낼 수 있는 경영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중진공 관계자는 공전의 히트 제품을 내는 것보다 경영 감각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간 의무 기본교육 이수 시간이 120시간으로 엄격히 이뤄진다. ‘퇴교’ 시스템도 도입돼 자격 미달 CEO는 평가를 통해 중도 탈락시킨다. 작년 실제 27명의 입교자가 중도에 집으로 돌아갔다. 특허 보유자 및 대학·연구기관 기술을 이전받은 자 등 입교 시에도 엄격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친다.

 지원 예산이 20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6억원 증가하는 새해부터 입교 기준은 더 까다로워 진다. 합숙훈련을 통한 심층 면접을 더해 알짜 CEO가 될 만한 인재만 선별키로 했다. 될 성싶은 CEO들은 ‘나가기’ 쉽도록 도와준다. 상위 10%의 CEO들에게 1년간 더 지원해주는 것이다.

 설문조사로 애로 사항을 점검하고 최근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과제와 실행 계획을 추려냈다.

 실무 중심의 토론식 교육과 수준별 맞춤 교육을 지향해 △인성 △리더십 △전문성 3대 핵심 역량을 기반의 교육 체계를 강화한다. 역량에 대한 분석과 로드맵 수립으로 부족한 역량을 집중 보완할 수 있는 ‘역량별 교육 로드맵’도 추진한다.

 전담교수와 외부 자문단도 확충한다. 기술 분야, 법조계, 마케팅 분야 등 외부 전문가들이 투자 전략과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 도출한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인 마케팅 지원은 더욱 강화한다. 맞춤형 전시회 참가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글로벌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청의 ‘글로벌 창업지원사업’과 연계해 국내외 판로 확보를 극대화한다.

 최 이사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CEO들에게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교수들과 토론을 통해 실무적 경험과 차세대 CEO로서 안목을 기르는 입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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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리더십, 전문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교육이 이뤄진다.
인성과 리더십, 전문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교육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