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과학기술 거버넌스 다시 만들자

[신년기획]과학기술 거버넌스 다시 만들자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새해 과학기술계 화두로 떠올랐다. 차기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담을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자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소홀했던 과학기술에 대한 범정부적 관심과 육성을 통해 새로운 미래 국가경쟁력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소외된 과학기술=지난 4년 간 국가 R&D 예산은 꾸준히 확대됐다. 지난해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설립되는 등 기초연구진흥 기반이 만들어졌다. 특히 상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립은 외형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기본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내실은 부족했다. 현 정부 들어 과학전문부처가 없어지는 정부조직개편으로 컨트롤 타워 부재 등 과기계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창의적 연구 환경은 부처 간섭, 불안정한 연구비, 단기적 성과 요구로 저해됐다. 선도 분야를 개척할 세계수준의 과학인재는 턱없이 부족했다.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고 연구관리 시스템도 부실했다.

 강신영 전남대 교수는 “현 정부에서 상당한 예산을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했지만 이 예산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며 “특히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지식산업으로 전환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돼야=과기계는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발전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인식전환을 강조한다. 과학기술체제 변화와 발전만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과기계는 지식의 창출-확산-활용에 연계된 다양한 사회경제적 분야들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 국정과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과기계가 제시하는 국정과제는 일자리창출, 중소기업 지원, 사회문제의 과학적 접근, 출연연 선진화 등이 주요 골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범국민적 벤처창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를 강화하고 기술사업화제도의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토록 정부 기술혁신지원체제를 정비하고, 공공연구 부문과 중소기업 간 연구협력·기술이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적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민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 과학기술 정책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해서는 정부 출연금의 비중을 높이며 연구행정의 전문화를 추구하고 평가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연구 조직 별 미션에 부합하는 경력개발체제와 평가체계를 수립하고 인력유동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거버넌스 필요=이 같은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정부 부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의 구조로는 과학기술 기반한 국가경쟁력 확보가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출연연과 대학, 기업 R&D담당자들은 현재 국가과학기술 거버넌스로는 국가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지난해 출연연, 대학, 기업 등의 연구자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개발 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연구현장의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현재 국가과학기술 거버넌스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히 부처의 통폐합, 기능의 재조정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 정부는 폐쇄적이고 중앙 집중적 관계에서 개방적이고 분권적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

 과기계가 제시하는 차기정부 조직안의 핵심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우는 것이다. 상설 국과위를 역할과 지위를 강화해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경찬 연세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를 보다 확실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가 R&D 발전 비전을 세우고 실현할 곳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 정부에서 사라진 과학기술부 역할을 수행할 새로운 부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다. 한국과총, 과실연, 한림원 등 과기단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안을 1분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