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캠퍼스는 진리의 전당과 상아탑으로 미화되기에는 매우 척박하다. 취업난 때문이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스펙 쌓기 경쟁으로 휴학과 어학연수, 인턴은 필수고 학생들은 늘 분주하다.
대학졸업자의 수요 집단인 기업은 대학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고객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공급자 중심 반제품이라고 비판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신입사원을 뽑아 한가하게 연수할 여유도 없다. 그러다보니 경력사원을 스카우트하고 자연스레 대졸 신입사원 수요는 점차 줄어든다. 이런 악순환은 대학교육 불신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산업구조의 진화 패턴상 점점 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청년창업, 창직(創職)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고, 고용의 질과 성장속도가 높은 기술창업 활성화가 근본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청년창업 활성화가 근본대안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다양한 정책과 지원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창업공간 등 하드웨어 지원에 편중됐고, 정작 중요한 예비창업자의 체계적 역량교육·실전훈련과 같은 소프트한 부분은 미흡하다. 사업은 단순히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고, 기업경영은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나 공부처럼 지식과 경험으로 체득되는 실전지혜다. 도전정신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기업가적 소양과 역량 등 기본기가 없으면 실패자를 양산해 사회적 비용을 높일 수 있고, 궁극적 일자리 창출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창업을 꿈꾸는 예비 CEO에게 기업가적 소양과 태도, 역량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실전훈련과 멘토링을 통해 ‘준비된 창업기업가’를 양성할 것인가. 대학이 최적의 주체자요 책임자이며 침체된 기업가정신을 부활시키는 선봉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고가 실험설비 등 인프라가 충분하고 훌륭한 교수와 연구원들이 있으며 특허 등 수많은 연구 결과물이 있다. 또 동문 창업기업가가 있어 선배의 현장경험과 실전지혜를 자연스럽게 전수할 수 있는 재능기부자 그룹이 있다.
급할수록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미숙한 학도병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 대학 졸업 후 언젠가 창업할 예비 기업가에게 기업가적 소양과 역량 등 체계적인 교육 투자로 일자리창출의 수확을 거둬야 한다. 설령 그들이 당장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충만한 역동적 사회분위기는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의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될 것이다. 기술창업 본산인 이공계 학생에게 재무·마케팅·특허·조직관리 등 사회과학적 융합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일련의 시도가 ‘진리의 전당에서 배워선 안 될 천박한 지식’쯤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대학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기술창업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 미국 MIT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들의 연 매출이 우리나라 GDP의 2배인 2조달러라는 사실은 대학교육 혁신과 실용학풍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류창완 한양대교수·글로벌기업가센터장 ryoocw@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