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벤처, 날고 싶다면 엔젤과 손 잡아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00년 5493억원에 달한 엔젤투자금액은 지난해 326억원으로 10년새 2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털을 통한 벤처 투자는 1조원을 넘는 반면에 엔젤투자는 병아리 눈물만큼 적다. 창업 초기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주요 자금원이 없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1월 29일 중소기업청은 엔젤투자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엔젤투자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엔젤투자는 자금력을 갖춘 개인이 신규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주식지분을 받는 투자형태를 말한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엔젤투자자 발굴·엔젤클럽 결성 촉진·투자정보망 운영·엔젤투자마트 개최·투자유치 희망기업 지원 등 창업 초기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업무를 수행한다.

 정부 차원에서 엔젤투자 육성 기관을 설립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정부도 국내 벤처 산업 생태계에 엔젤투자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기업 성장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센터는 이를 위해 벤처 투자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일선에서 물러난 과거 벤처 CEO들이 엔젤투자자로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스타 벤처인들이 개인 엔젤로 활동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멘토 역할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엔젤’도 올해 안에 100명까지 발굴한다는 목표다.

 펀드 규모를 올해 최대 7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엔젤투자에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현행 10% 대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엔젤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5개 엔젤클럽이 최근 결성식을 갖고 본격적인 투자활동을 시작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등 국내 1세대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1000억 엔젤클럽’을 결성하고 새로운 엔젤투자자로 나섰다. 1000억 엔젤클럽은 미국 실리콘밸리 성공 벤처인들이 후발 창업기업에 엔젤투자자로 도움을 준 것처럼 국내 벤처업계의 선순환 투자 생태계가 구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젤투자가 투자하면 정부에서 매칭 투자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도 1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센터에 등록된 엔젤클럽·개인투자자 등이 창업 후 3년 미만 중소기업에 투자하면 업체당 2억원 한도 내에서 정부와 민간이 일대일 매칭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기백 엔젤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창업초기 기업의 자금 공급원으로서 엔젤투자 활성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본격적인 엔젤투자자 육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