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벤처정신 되살리자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 내 입주업체 `젤리버스`를 방문, 김세중 대표(대통령 오른쪽)로부터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편집하는 애플리케이션 제작과정을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 내 입주업체 `젤리버스`를 방문, 김세중 대표(대통령 오른쪽)로부터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편집하는 애플리케이션 제작과정을 듣고 있다.

“10년, 20년 전 출발할 때보다 지금 시작하면 여건이 좋습니다.”

 지난해 서울 구로동 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글로벌 청년 창업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예전과 달라진 한국의 위상과 국내 창업 여건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젊은이들이 가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면 도움을 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을 가든 KOTRA가 다 있어 도와줄 것”이라며 “지원정책도 각 부처가 여러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하루만 열심히 살피면 도움 받을 데가 정말 많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 말이 맞다. 우리나라만큼 벤처나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성공률 5%에 희망을 거는 벤처가 2만6000개를 넘어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취업 틈바구니에서 성공 벤처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물러나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그 중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벤처 성공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말 그대로 벤처 수준을 넘어선 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달 열린 ‘2011년도 벤처기업인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 “벤처기업 수가 2만6000개를 돌파했고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이 315개나 나오는 등 벤처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기업도 2008년 NHN 한 곳에서 디에스·태산엘시디까지 가세해 3개로 늘었다.

 ◇벤처, 이름 빼고 다 바꿨다=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첫 벤처 붐은 당시 인터넷 열풍에 올라탄 격이었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벤처 창업을 장려했다.

 그러나 정책적 지원은 미비했고 그저 ‘벤처에 투자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묻지마 투자’식 투기로 변질됐다. 여기에 일부 경영진 비리까지 불거지면서 벤처 이미지는 얼룩졌다.

 최근 벤처 붐은 예전과 다르다. 사업영역도 다양해졌고 투자자도 학습으로 인해 옥석을 가릴 줄 알게 됐다. 정부 지원도 보다 꼼꼼해졌다.

 가장 달라진 건 사업영역이다. 예전처럼 인터넷 기반 벤처 일색이던 시절은 지났다. 관련 분야 경기 호전에 힘입어 모바일, 전자·통신,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벤처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녹색관련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어 이들 업종에서 벤처 1000억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벤처 성공률도 높아졌다. 벤처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벤처는 초기 성장기 및 고도 성장기에 79.2%가 분포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비교해도 동일하다는 평가가 32.7%에 달했다. 국내 경쟁기업과 기술을 비교해서는 국내 최고 수준인 기업이 47.9%로 절반에 달했다. 국내 유일 기술을 보유한 기업도 12.7%나 됐다. 절반 이상인 54.7%의 벤처 기업이 기업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없지만 전담 부서를 두고 있거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한 기업도 35.6%나 됐다.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2010년 말 기준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은 72억2002만원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억2314만원, 순이익은 2억9175만원으로 13.0%, 4.5% 상승했다.

 2010년 전반적인 경기호조에 힘입어 에너지와 정밀, 반도체 장비, 기계, 전자부품, 자동차 제조부분 실적이 향상된 것으로 벤처협회는 분석한다. 물론 원자재가 상승, 높은 금융비용, 환율하락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기조에 따라 KT와 SK플래닛처럼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벤처 지분투자도 마찬가지다. NHN은 지난해 투자전문회사인 NHN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약 380억원의 직접 투자와 200억원의 간접투자를 진행했다.

 ◇정부 지원, 알수록 도움=정부 지원도 부족함 없이 마련돼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문의하면 된다.

 벤처 기업은 설립 자본금 500만원 이상이면 된다. 일반 기업은 5000만원 이상이다. 기술보증기금의 우선적 신용보증과 심사 시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 집적시설 특례로 국공유 재산 매각 및 비용을 지원하고 개발 부담금을 비롯한 8개 부담금도 면제 받는다.

 창업 후 3년 이내 벤처기업으로 확인을 받은 기업은 법인세를 4년간 50% 깎아주고 전기요금도 할인해준다.

 게다가 엔젤투자지원센터 개소,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출범, 글로벌 중견벤처포럼 엔젤클럽 결성 등 선순환 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안정적인 정책 지원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다시 한 번 더=정부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외에도 한 번 실패한 기업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실패 기업인으로 재창업 준비 중이거나 5년 이내 재창업하려는 경우 신용회복 및 필요 자금을 30억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폐업으로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라 연체 등의 정보가 등재됐거나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 한한다.

 대출기간은 시설·운전자금은 5년으로 2년 거치 3년 상환이다. 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계정 대출금리에서 0.6%P 차감한다.

 정부는 사업 재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기업평가와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지원을 동시에 진행한다.

 정부 지원으로 재기에 성공한 김만도 지에스피 대표는 “그동안 신용불량자라 금융권 거래는 꿈도 못 꾸었는데 통장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을 땐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를 방문, 해외창업 기업대표, 글로벌 청년 창업 학생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를 방문, 해외창업 기업대표, 글로벌 청년 창업 학생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