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배출권 거래제 도입 미뤄야

 배출권거래제 도입 유보를 촉구하는 산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 등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를 비롯한 주요 업종별 15개 협회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27일 국회에 전달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산업계는 “교토의정서 체제는 사실상 와해돼 배출권거래제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끝난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7) 결과, 러시아·일본·캐나다 등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지 않기로 선언했다.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은 국내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나 외국인 투자 기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국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곧 고용감소, 물가상승 등 국민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 공동 연구결과를 보면 배출권 거래제 도입으로 철강·디스플레이업종이 밀집된 경북지역은 약 47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고 고용 인원도 2520명 감소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철강 기업이 들어선 전남지역은 매출 약 4000억원 및 고용 1970명 감소가 예상된다.

 또 유상 할당을 5%~100%로 적용하면 산업부문은 매년 4조7000억원~14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100% 무상 할당해도 감축부담에 따른 배출권 구입 등으로 매년 약 4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산업계는 내다봤다.

 산업계는 건의문에서 “COP17에서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설립을 위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결과를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며 “현재 국내에서 논의 중인 배출권 거래제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산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로도 온실가스 감축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시행 중인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