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몇년 안에 수확을 거두겠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이나 정책으론 어려운 일이지요.”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교육의 변화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융합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단순 기술을 중심으로 생산성과 효율을 올리는 정책을 썼다면 앞으로는 부르는 게 값인, 즉 부가가치를 높이는 제품 서비스를 해야 소득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기능이나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지만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문학가, 예술가 등이 같이 논의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융합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융합형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기업가 정신 부재로도 이어진다.
“현재 한국은 중·고등학교 때 창업을 한다는 건 꿈도 못꿀 일입니다. 대학에 가도 마찬가지죠. 남학생들 군대 다녀오면 25~26살인데 아무도 창업을 꿈꾸지 않고 스펙 쌓아 안전한 직장 들어가기 바쁩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사회구조 때문이지요. 문제의 시작은 주입식 교육입니다. 중·고교에서 창의성 교육이 살아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추구하도록 하는 기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젊은 친구를 창업으로 보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어릴 때부터 직접 체험하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30개 학교 및 지자체에 공작실 설립을 지원했다. 공작도구를 갖춰놓고 스스로 무엇이든 만들어보는 과정에서부터 창업의 기초토양이 닦인다는 김 원장의 평소 지론에 근거했다.
또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대상이 섞인다는 융합의 개념처럼 결국 기술융합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을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해본 인재가 필요해진다. 남의 지식을 그대로 습득하기보다 여러가지 체험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재야말로 융합형 인재”라며 “애플이 기반 기술 위에서 인문학을 팔았던 것처럼 대학교 내에서도 이같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학과 간 학생교류 등 칸막이를 걷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의성이나 재미, 예술은 학벌과는 아무 관계없습니다. 창의성, 인간 중심의 마인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을 어릴 때부터 배양하자면 단답식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답을 찾는 다답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의 답이 정답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교육이 어릴 때부터 되면 자연스럽게 학벌이 필요 없어집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시책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고 국민도 한두 해만에 정부에 어떤 결과물을 요구해서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다만 KIAT 내에서라도 시범적인 사업을 하려 한다”며 “과제선정평가위원회 위원도 디자이너, 마케팅전문가, 철학자, 예술가 등 인문학 전문가를 참여하게 해서 기술 중심의 R&D가 아닌 사회전반을 포괄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융합형 과제로 패러다임을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KIAT의 지난 한해를 “토대를 닦은 해”라고 평했다. 그는 “단순히 주어진 일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에 필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도해 내세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해라고 평가하고 싶다”며 “새해에는 시행사업을 계속 진행하며 정책들이 알차게 뿌리내리는 데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