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 요즘도 바쁘게 지내고 있지? 공대생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강의뿐만 아니라 연구하랴, 정부사업 참여하랴, 대외활동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지? 산학협력한다고 영업사원보다 열심히 기업을 찾아다니더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듯 하더군. 고생 많았네.
교수평가에 하등 도움 안되는 기업체 재직자들 교육훈련 강좌를 만들어 동료 교수들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나아가 교수평가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기라성 같은 선배 교수들과 맞장 토론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역시 자네답다고 생각했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려면 대학 교육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기업체 연구진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도 구성했었지? 콧대 높은 동료 교수의 원성과 반대로 마음고생도 많았지?
그래도 제자들이 연구소에 들어가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를 할 때 자네의 뿌듯한 표정은 잊을 수 없네. A기업의 김 전무는 요즘도 만나는가? 한 때 신랄하게 대학교육에 대해 문제 삼았잖나?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평균 19.2개월에 6088만원이나 들여야 제대로 업무를 맡길 수 있다고.
얼마 전 캐나다 맥길대학에 갈 일이 있었네. 알다시피 맥길대의 co-op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잖나? 바이오분야, 자원분야 등 공과대학의 대부분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기업체에서 6개월 이상은 근무를 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 놀라운 것은 참여하는 기업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거야. 그리고 대학 지도교수와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일일이 학생의 직무성과를 지도하고 평가한다는군. 그렇게 배출된 우수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정식으로 기업에서 채용하고.
우리나라 기업 현실을 비춰보면 세계 수준을 따라 가는 게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자네같은 교수들이 정성을 들인다 해도 기업이 호응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나? 우리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려면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기업 따로, 대학 따로란 소리가 나오니 정말 안타깝네. 이제는 기업도 인재육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보네. 비용이 들더라도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우리 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기업 하시는 분들이 산학협력 부서를 만들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와 같은 비용들이 인건비, 재료비처럼 기업이 부담하는 필수 비용이라고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고.
그리고 아직도 연구실에서 자신만의 아성을 고집하는 교수들도 많다네. 공학도 이제는 인문학과 어울리고, 예술과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아닌가. 사람들이 성능 좋은 제품만을 찾던 시대는 흘러갔다네. 쓰기 편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찾고 있어. 기업이 왜 대학의 연구 능력을 불신하겠나? 다 이유가 있다네. 지금은 융합과 통섭의 시대 아닌가. 공대교수들이 연구실과 실험실의 문을 개방해야하네. 철학교수들도 찾아가고, 음대교수, 미대교수와도 어울리시게. 제자들도 실험실에만 붙잡아 두지 말고 같이 오페라 공연도 보고, 갤러리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게. 새로운 것을 대면하면서 상상력을 키워야 정말 좋은 연구 성과들이 나오지 않겠나?
장필호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학협력지원단장(phjang@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