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인문학 경영시대가 온다

 인문학 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8월 국내 CEO 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8%가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82.7%에 이르렀다.

 인문학 경영은 조직의 사고를 더 깊고 더 넓게 할 수 있다는 데서 CEO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20세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는 상상력으로 페이스북을 개발한 배경에는 그의 공학적 기술력이 아닌 인문학적 통찰력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조직 내 인적 구성의 쏠림현상을 방지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룡기업인 구글은 한 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는다”는 기술 공학 중심의 문화를 강조해 왔지만 최근 채용 면접에서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 유니레버는 정기적으로 시인과 작가를 초청해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연극배우가 연출하는 역할극으로 직원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점검하는 등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M은 임원교육 과정을 인문학 중심으로 구성했고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등 고전을 읽은 후 기업 변화 방향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채용과 임직원 교육에서 ‘문리 통섭형’ 인재관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해외 제철소를 운영할 때 이슬람 문화 이해를 위한 강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15%가 넘는 인문학 관련 전공자가 있어 커뮤니케이션 매개 역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허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보고서에서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발탁하고 창조적 모험과 도전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CEO의 인문학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