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다. 스마트·융합 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글로벌 ICT 기업의 공세는 위협요인이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대형 정치이벤트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2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 기상도는 ‘맑음’ 또는 ‘흐림’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신문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2012년 새해를 맞아 주요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를 그린다’를 주제로 신년좌담회를 개최했다.
〃 참석자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박정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
(가나다 순)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정보통신팀장
◇사회(강병준 팀장)=2011년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앱, 콘텐츠, 부품 등 연관 산업이 융성한 한 해였다. 반면 글로벌 경제 불안이 이어진 가운데 최근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등 변수도 많았다. 먼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평가해보자.
◇박정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국가안보와 외교 분야에서는 김정일 사망이 가장 큰 변수였다. ICT 분야에서는 스마트 혁명으로 글로벌 ICT 시장 지각변동을 주도했던 스티브 잡스의 활약과 사망이 가장 큰 이슈였다.
지난해 세계 ICT 시장은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플랫폼 단위로 급속히 재편됐다. ICT 생태계에서 SW와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우리나라는 환경변화에 늦게 대응해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지난해 막강한 IT기기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스마트시대 도약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한다.
◇사회=실제 산업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다. 특히 벤처기업은 부침이 심했을 것 같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지난해 유럽발 재정 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여파 등 국외 변수에 물가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벤처기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다만 벤처는 특성상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는 경기에 대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지녔다. 위기보다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
녹색기술, 스마트기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주목받으면서 혁신기술 중요성이 회자되는 추세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벤처의 중요성과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묵묵히 일했던 많은 벤처인들이 자긍심을 갖는 한 해였다.
◇사회=정부도 지난 2011년 산업계 못지않게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201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2011년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한 이슈가 정말 많았다. 대학 등록금 문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학 구조개혁 등 교과부 업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챙겨야 할 일이 무척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추진해 온 정책이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유지되도록 하는 게 새해 목표이다.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취업을 넘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교과부는 지난해 마련한 구조개혁 틀을 기반으로 대학 특성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한 취업과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재원 확대에 따른 성과를 창출하고 젊고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을 위한 새로운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데 역점을 둔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 모바일 혁명 도전 속에서 ‘상상력을 경쟁력으로 세계 방송통신의 중심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7월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롱텀에벌루션(LTE)이 상용화됐다. 방송 분야에서는 종합편성채널과 신규 보도채널이 개국하면서 미디어 빅뱅이 본격화됐다.
새해는 바야흐로 ‘스마트’라는 물결이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스마트TV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국내외 기업 간에 치열한 생태계 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방통위는 스마트 시대 본격화에 대응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마트 신산업과 중기벤처 육성에 힘쓸 계획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한편 SNS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건전한 소통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올해 우리나라는 무역 1조달러 국가로 발돋움했다. 세계를 통틀어 8개국만이 달성할 만큼 세계 무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다. 지식경제부가 실물경제 총괄부처로서 출범한지 4년 만의 쾌거다.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노력한 결과다.
새해에는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 등을 극복하면서 한·미 FTA 발효 등 2조달러 경제로 가기 위한 기회를 살려나가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대내외 리스크에 흔들림 없도록 수출·투자·에너지 등 실물경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다. 국내 투자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무역 1조달러 성과가 지속되도록 실물경제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나아가 FTA 활용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주력 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면서 녹색성장과 소프트파워를 강화해 미래 먹을거리를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다.
◇박정호=새해 역점 과제로 언급된 대로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역량이 떨어지고 분야별 상생과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창의적 인재양성에 어려움을 겪는 등 IT생태계 저변이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대로 간다면 세계 ICT 시장의 새로운 플랫폼 질서에 우리나라가 종속적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기에 국가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SNS 확산으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과거에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으로 새로운 질서에 걸맞은 규범과 사회적 인식 제고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사회=2012년은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것이 모든 산업과 기술 근간이 되는 인력 양성이다. 눈앞 결과에 매달리다보면 기초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소홀할 수 있다. 교과부 기초인력 양성 방안이 궁금하다.
◇김창경=작년 스티브 잡스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열기에서 볼 수 있듯이 창의·융합형 과학기술 인재가 필요하다. 교과부는 초중등 교육 현장에 ‘융합인재교육(STEAM)’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시범학교 ‘STEAM 리더스쿨’ 80개교를 지정하고 교원 역량강화도 지원한다.
대학이 산업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기본소양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기초교양교육을 강화하고, 학부교육을 내실화한다.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50개교를 선정해 우수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을 통한 지역대학과 지역산업 공생발전을 뒷받침한다.
산업체 경력을 보유한 우수인력 2000여명을 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채용해 현장실습 지원을 체계화한다. 창업교육센터도 50개 대학에 설치해 창업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우수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대학 학부, 박사과정에서 박사 후 과정까지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
◇사회=산업 인력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중기벤처는 필요로 하는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가.
◇황철주=지난해 청년실업률 증가와 신규 대졸자 구직난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중기벤처 기업 현장에서는 적합한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워 고질적인 구인난을 겪는다. 훈련된 핵심인력 유출 문제도 여전하다.
대기업-중소기업간 공정경쟁 방안을 마련하고 중기벤처 인력 유출에 대한 보완책도 제도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강소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 인식 제고와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양질의 벤처 창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정부가 중기벤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사업과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돌풍이 일면서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새해 관계 부처의 산업인력 양성 방안은 어떠한가.
◇윤상직=SW야말로 우리 IT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지난해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삼성이 구글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2, 3분기 연속 스마트폰 세계 1위를 지켰다.
우리 IT산업이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SW 역량을 집중 보완한다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도 SW 인력에 초점을 두고 산업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새해 IT·SW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을 대폭 늘려 창의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집중 양성할 계획이다.
‘SW마에스트로’ ‘IT명품인재’ 사업을 통해 창의적인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SW 마이스터고’ ‘브레인(Brain) 스카우팅’ 등을 신규 추진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젊은 SW개발자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SW기업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 전략’을 마련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신용섭=방송통신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과 산업현장이 원하는 인력 간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고려할 때 정부 인력양성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기업들이 가장 잘 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별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은 현장 적합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송통신 인력양성 플래그십(Flagship)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재 IT-CRC(IT-Cooperative Research Center), KT 에코노베이션 센터, SK텔레콤 T-아카데미 등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다양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정부는 민간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부,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인력양성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협의체가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이를 대학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대학교육과 현장 괴리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ICT·과학기술 인력 문제는 지난 10년 넘게 반복된 사안이다. 국가정보화전략위 수장인 동시에 대학교수이기도 한 박 위원장 의견이 궁금하다.
◇박정호=ICT 산업 핵심인프라는 인력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ICT를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시스템은 이들의 능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아날로그 방식과 입시 위주 교육에 머물러 있다.
ICT·과기 인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초·중등학교에 스마트 교육체계를 조기 도입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와 새로운 교수학습법 등을 적용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ICT,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교육도 스마트 캠퍼스를 기반으로 혁신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창의적인 우수 ICT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ICT와 인문·사회과학 등을 연계한 융합교육과정을 활성화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인력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문화 환경을 조성해 우수 인력이 자연스럽게 ICT·과기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산업 환경 변화로 화제를 돌려보자. 지난해 스마트폰 2000만 가입자가 돌파하면서 ICT 패러다임은 ‘스마트’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앞으로 과제는 스마트 컨셉트와 융합기술을 잘 조화시켜 실질적인 결실을 맺는 것이다. 모든 미래 산업은 융합으로 귀결되는 추세다. 융합 관련 부처 준비상황은 어떠한가.
◇신용섭=현재 우리 삶을 바꿔 놓고 있는 스마트폰 자체가 대표적인 융합 산물이다. TV, 전화, PC 등 개별 기기가 수행하던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스마트기기 등장에 따라 HW 통합이 이뤄졌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생태계 혁신 및 융합은 스마트TV로 이어지고 향후, 스마트카, 스마트조선 등 타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근거리무선통신(NFC), 3D 방송, 사물인터넷, 위치기반서비스 등 관련 신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스마트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TV통합 앱 스토어 구축, NFC 시범사업 확대, 클라우드 법 제정, 3D 방송 시범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관련 기술 개발에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윤상직=지난 4년간 IT융합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자동차, 조선, 항공, 섬유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ETRI가 개발한 선박통신기술(SAN)로 조선산업 수주 경쟁력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77척, 약 120억달러 선박 수출 증대효과가 발생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와 IT 중소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융합제품을 개발했다. 현대기아차 차량이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은 내구성과 품질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발달된 정보기술을 활용한 편의장치 경쟁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 정부들어 우리나라 IT융합 생산규모는 11조원 증가했다. IT융합 매출과 R&D 규모가 확대되고 다양한 산업에서 IT인력 고용이 늘어났다.
새해엔 IT융합이 산업 전반과 사회 각 분야에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IT융합 제2단계 확산 전략’을 추진한다. 산업별 수준 조사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담은 산업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 주력 산업의 SW 경쟁력 제고와 제품 고도화를 꾀한다.
IT융합을 복지, 민원 등 생활밀착형 분야로 확대하고 IT융합 아이디어를 공모해 각 생활 분야에 IT가 접목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김창경=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교과부, 지경부 등이 협력해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부터 민간위원회에서 안을 만들어 제안한 것이 최근에서야 매듭지어졌다.
목적은 출연연간 벽을 낮추어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19개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 단일법인으로 통합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 진행 중이다. 교과부는 ‘출연연 융합연구 촉진자금’을 조성해 출연연 간 융합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과 출연연 간 융합도 필요하다. 인력 양성과 R&D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기초과학연구원 캠퍼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UST) 육성 등 대학과 출연연 간 협력모델을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원천 연구 지원도 강화한다. 다학제 융합 분야인 뇌연구를 주도할 ‘한국 뇌연구원’이 착공된다. 첨단 인공지능 같은 미래 신산업을 열어가기 위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융합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각 부처 간 영역조정이 화두로 부각된다. 융합 관련 부처 간 정책협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윤상직=현 정부들어 IT 기능이 관련 부처로 적절히 분산돼 융합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산업간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도 확산됐다.
부처별 역할 분담이 명확해짐에 따라 부처 간 IT업무 영역 다툼은 줄고 관계부처 합동 대책 발표는 증가했다. 정책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IT특보나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을 통해 해당 정책을 논의하고 조정한다.
부처 간 공조를 위해 IT특보와 4개 관련 부처 1급이 참여하는 ‘IT·SW 정책협의회’도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IT특보와 4개 부처가 공동으로 ‘IT 미래비전 2020’을 수립 중이다. 총리와 재정부 장관이 각각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와 위기관리대책회의도 정책 협의 역할을 수행한다.
◇신용섭=스마트 시대 경쟁 구도는 개별 산업 중심이 아니다. 플랫폼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HW·SW·콘텐츠·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생태계 경쟁인 동시에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경쟁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ICT 관련 기능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가 연계되어 발전하는 시장 동향과 달리 그 기능이 분산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글로벌 생태계 경쟁에 대응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당사자 간 유기적 협력과 상생이다. 스마트 시대가 본격화하는 새해에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협조해 시장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서포트타워(Support Tower)’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 국가정보화전략위는 융합 산업 발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박정호=융합산업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국가정보화 추진체계는 육성 정책이 제각각 나뉘어 있어 IT 생태계 변화에 효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분야 핵심기술력이 취약해 타 산업과 융합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정보화 추진체계 상 HW, SW, 콘텐츠, 서비스 등 주요 정책기능이 각 부처에 산재돼 있다. 융합산업 육성, IT 생태계 변화 등에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곤란하다. 이로 인해 IT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IT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이를 위해 IT 거버넌스를 재정립하는데 초점을 두려 한다. 먼저 유관 부처 간 정책 연계·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각 부처 IT정책 지원기능을 확충하는 한편 시장개입이 아닌 시장보완자로서 정부 역할을 재정립할 방침이다.
IT 유관부처가 참여하는 운영협의회를 구성·운영해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사업을 연계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 부처 산하 9개 IT 전문기관장과 해외 IT 전문가로 국가정보화전략 자문단을 구성해 스마트 시대 융합산업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정책과 전략을 논의한다.
아울러 산업계 동향과 애로사항 등을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겠다. 민간 전문가가 정부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사회=융합은 대기업조차도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다. 그런 의미에서 융합은 중기벤처에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위기요인이기도 하다.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하다.
◇황철주=융합은 중기벤처에 혁신적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융합산업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중기벤처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기벤처 간 수평적 협력 관계를 맺는데 아직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술정보 누출 우려도 공존한다. 거래상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기업과 중기벤처가 공생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어 가고 협력하는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이종산업 간에는 기술발전 속도 차이가 있다. IT를 타 산업에 적용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지만 IT 변화와 발전 속도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정작 IT융합제품이 출시될 즈음이면 이미 또 다른 신기술이 등장한다. 이는 IT와 타 산업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관계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융합산업 가속화를 위해서는 민간기업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 차원 법·제도 개선, R&D 투자, 인력양성 외에도 공공 부문에 대한 우선적인 융합 확산 정책을 통해 자발적인 민간 참여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사회=전자신문 2012년 신년기획 대주제는 ‘감동발전소 IT코리아’다. 새해는 대선과 총선이 맞물린 데다 경제전망도 불투명한 격변의 시기다. 자칫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IT와 과학기술로 감동을 주자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새해 역점사항과 제안 등을 듣고 싶다.
◇신용섭=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많은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다행히 HW·SW·콘텐츠·기기를 아우르는 스마트 생태계 부상과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서비스 유통 글로벌화에 따라 방송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 앱, 콘텐츠, 소셜커머스 등을 중심으로 1인 창조기업이나 중기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방통위는 변화에 맞춰 인터넷·모바일 분야 인력양성 및 창업 지원을 위해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바일 테스트베드 구축, 기기 시험인증 지원 등을 통해 중기벤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무선 콘텐츠 분야 유망 벤처에 대한 코리아IT펀드 투자도 확대한다. 벤처 성장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스마트 시대는 기술과 상상력을 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 시대다. 정부 지원도 기술개발 위주 R&D 정책에서 아이디어 개발을 돕는 I&D(Idea & Development)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창의력과 도전정신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김창경=교과부는 IT를 활용한 스마트교육을 본격 추진하여 세계적 선진 수업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와 클라우드 기반 교육서비스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에도 ‘일자리’가 계속되는 화두일 것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생들의 취업역량을 키우고, 대학의 창업교육과 창업지원을 강화해 준비된 창업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쓰겠다.
좋은 과학기술 일자리도 만든다. 현재 과학기술 분야는 대학 교수, 출연연 연구원 중심으로 연구인력이 구성돼 층이 얇다. 과기 분야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연구인력 층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연구역량도 높여야 한다.
연구시설·장비를 전담 운용하는 ‘연구장비 엔지니어’를 육성해 대학·출연연 채용을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 아울러 대학 박사급 연구인력 고용·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창의적인 연구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원(Research Fellow)’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다.
본격 조성되는 과학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에도 신진 연구인력을 위한 1500여개 고급 일자리를 확충하겠다.
◇윤상직=IT수출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570억달러를 달성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하며 무역 1조달러를 견인했다. IT 흑자는 전체 흑자 2배 수준을 유지하며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됐다.
무역 2조달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 HW 경쟁력을 토대로 감성, 창의성 등 소프트 경쟁력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해 SW 생태계를 대기업 하청구조에서 SW 전문기업 위주로 개선하고, SW 제값받기, 수출지원 등을 통해 SW전문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지능형 자동차 등 IT융합 핵심 유망분야는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 이미 지경부 내에서 관련 부서가 벽을 허물고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다. 정부도 그간 산업을 주도하던 역할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는 강력한 후원자가 되겠다.
◇황철주=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창조적 명품’을 만들 수 있도록 R&D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보며 많은 벤처인이 경각심을 가졌다. 안으로는 지식재산에 대한 벤처인의 의식 고취가 있어야 하고, 밖으로는 최소한의 정책 마련을 통해 벤처기업 경쟁력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벤처 창업 붐이 지속돼야 한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확산도 필요하다.
선배 벤처인들은 후배들의 도전을 눈 여겨 보며 초심을 떠올리고 경영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해야 한다. 후배 벤처인들은 선배 발자취에서 성공 전략을 배우고 열정으로 임해야 한다.
◇사회=참석자들의 고견에 감사한다. 전자신문도 우리나라가 밝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힘쓰겠다.
정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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