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100원 인하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인근 주유소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름 ‘가격파괴’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알뜰주유소 고유 디자인을 적용한 첫 번째 주유소 ‘경동 알뜰주유소’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개점했다고 29일 밝혔다.
경동 알뜰주유소는 ㈜경동이 설립한 사회공헌형 사업장으로 인근 주유소에 비해 최대 100원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반 주유소보다 30~50원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고 셀프주유소 전환에 따른 인건비 절약(10~30원), 경품 축소를 비롯한 기타 비용(20원)을 줄여 60원~100원 할인폭을 제시했다. 판매가격은 휘발유 1843원, 경유 1694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GS칼텍스 보다 각각 56원과 45원이 저렴하다.
이 주유소는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정품·정량 판매를 실시하고 석유관리원이 월 1회 이상 주유소 기름을 채취해 분석하는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또 새해 상반기에는 석유공사·석유관리원과 전산망을 통합해 실시간 수급·거래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거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해 700개까지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고 2015년에는 전체의 10%인 13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협 NH주유소를 450개로 확대하고 도로공사 역시 50여개 주유소를 EX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자가폴과 정유사폴을 운영 중인 자영사업자 신청을 받아 200개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영신 지경부 석유산업과장은 “각종 유통비용 축소 등을 통해 석유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알뜰주유소 디자인은 통일성을 위해 내년 700개 점포가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일반 주유소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최소 마진으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인근에 자사보다 더 저렴한 주유소가 들어설 경우 기존 고객을 빼앗길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경동 알뜰주유소가 위치한 42번 국도 주변에는 GS칼텍스 등 10여개의 주유소가 500m 간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근 G주유소 관계자는 “정부의 알뜰주유소는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무리수를 둔 정책”이라며 “지금 당장 소비자가 몰릴 수 있지만 유사석유 판매를 늘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주유소 관계자는 “정부가 정유 4사의 유통비용을 없애겠다고 추진한 알뜰주유소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오히려 소매 자영업자인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