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변화’의 해가 밝았다. 정치·외교, 경제, 사회, 기술에 걸쳐 많은 선택과 변화가 예상되는 새해다. 국회와 청와대는 4월과 12월에 유권자 선택을 받는다. 러시아(3월), 중국(10월), 미국(11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도 올해 새 정치지도자를 뽑는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로 넘어갔다. 정치·외교 격변기에 우리 유권자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졌다. 지난해만큼 어려운 해가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버팀목인 제조업은 더 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 갈림길에 섰다. 사회 혼란도 예상된다. 선거까지 겹쳐 계층,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할 전망이다. 경제 안정과 사회 통합은 올해 큰 과제다.
무엇보다 기술 분야에 변화가 많을 전망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이 핵이다. 모바일 컴퓨팅 혁명은 올해도 계속된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을 돌파한데다 4세대(G)통신이 본격 꽃을 피운다. 그 혁명은 스마트TV, 스마트카로 옮겨간다. 올해 말 아날로그TV 종료로 통신방송 융합 혁명도 시작한다. 대용량 데이터가 유통되는 이른바 ‘빅 데이터’ 시대도 도래했다. 기술 변화는 개인 삶과 기업 환경을 바꿔놓는다. 지금까지 없던 서비스와 비즈니스도 나온다.
우리 ICT기업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아이폰’과 ‘구글 모토로라 인수’라는 잇따른 쇼크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 ICT기업들이 휘청거렸다. 우리 기업들만 꿋꿋이 버텼다. 미국에 빼앗긴 모바일 리더십을 되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나, 올해가 기회일 수 있다. 애플, 구글은 올해 스마트TV와 스마트카 등 차세대 시장을 공략한다.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 또다시 이끌려 가느냐.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그 결과는 우리 산업은 물론이고 경제의 미래까지 결정한다.
우리 ICT기업들은 그간의 고통을 되레 ‘백신’으로 삼아 차세대 시장을 이끌어가야 한다. 능력도, 자격도 충분하다. 전제가 있다. 몇몇 대기업만의 힘으론 안 된다. 중소 협력사는 물론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넘치는 벤처기업과 함께 가야 한다.
동반성장은 이익을 공유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며,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은 늘 이렇게 하고 싶었다. 대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모두 같은 꿈을 꿔야 한다. 세계 ICT 혁명을 우리 손으로 이끄는 그런 미래다. 10여년 전엔 벤처기업만 이런 꿈을 꿨다. 거품처럼 사라졌다. 지금은 대기업만 홀로 꾼다. 중소·벤처기업인에게 다시 꿈을 불어넣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공개(IPO)만으론 안 된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제값을 주고 사는 거래 관계가 절실하다. 인수합병(M&A)도 좋다. 애플, 구글은 쌓인 현금을 쏟아부으며 한 해에 수십개 기업을 국내외 막론하고 사들인다. 본받을 일이다.
자신감과 도전의식 회복이 중요하다. 한때 세계는 ‘ICT 코리아’를 주목했다. 많은 외국기업이 코리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삼아 지금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지금 우리 기업은 외국에서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본뜬다. 정작 참신한 아이디어는 묻혀 있다.
정치인과 정책 당국자도 꿈을 꿔야 한다. 창의적인 창업가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런 세상을 설계해야 한다. 박아놓은 대못은 없는지, 정치와 정부조직이 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10년 전 우리는 월드컵 경기장에 내걸린 한 플래카드의 글귀에 감동했다. ‘꿈은★이루어진다’. 지금 더 절실한 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