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 시장이 무한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등장,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등으로 이동통신사 독점 유통 구조가 깨졌기 때문이다. 일부 MVNO가 ‘반값 스마트폰’을 내세운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휴대폰 가격 인하 전쟁도 예고됐다.
CJ헬로비전은 지난 1일부터 CJ오쇼핑을 통해 기존 통신사보다 20~50% 저렴한 요금제와 스마트폰 판매에 돌입했다. CJ헬로비전은 월 2만8000원과 월 3만7000원 30개월 약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베가 레이서’ ‘테이크 타키’ 등 스마트폰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온세텔레콤도 올 하반기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MVNO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형진 온세텔레콤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저가형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로 기존 통신사 절반 가격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NO 사업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번호이동성제를 도입해 기존 통신사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 사업자를 MVNO로 바꿀 수 있는 방안도 도입한다.
오는 5월 본격 시행되는 블랙리스트(개방형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 제도도 휴대폰 유통 혁명을 이끌 뇌관으로 꼽힌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지금까지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팔던 제조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가 시행되면 중고 단말기나 이통사 외 유통망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도입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대비해 자체 유통망 확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40여개에 달하는 모바일 전용 유통망인 모바일숍을 연내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자체 모바일 브랜드 매장 확충을 검토 중이다.
기존 통신사는 프리미엄 판매점 확대 전략으로 응전하고 있다.
KT는 ‘올레에비뉴’ 등 체험형 프리미엄 매장을 상반기까지 전국 50여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단말기뿐만 액세서리 판매, AS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역시 SK네트웍스 매장을 합쳐 프리미엄 매장을 전국 300여개로 확대하고 있다.
외국 휴대폰업체 한 지사장은 “MVNO, 블랙리스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기회이자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해외 본사와도 이 같은 유통 시장 일대 변화에 대해 논의하며 새로운 유통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